(아주경제 박재홍 기자) “죽음보다 더 싫은 ‘무늬만 경선’을 거부하고 싶지만 제가 받은 상처보다 민주당에 대한 사랑이 더 크기에 민주당을 위해, 민주개혁세력의 승리를 위해 독배를 듭니다”
‘단 한번의 TV 토론도 없는’ 당 지도부의 경선안을 받아들인 민주당 이계안 전 의원이 5일 비장한 심정을 내비쳤다. 독배를 마실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6일 ‘100% 여론조사’ 방식으로 서울시장 후보를 확정, 발표한다.
앞서 TV 토론을 요구하며 100% 여론 조사로 경선이 이루어질 경우, 탈당해 무소속 출마까지 불사하겠다는 그였다.
한명숙 전 총리가 검찰 수사를 받고 1심 무죄 판결을 받으며 언론의 주목과 여당의 견제를 받는 동안 이 전 의원은 꾸준히 TV 토론을 통한 경선을 주장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경선 없이 한 전 총리 전략공천 하는 방안을 추진하다 100% 여론조사를 통한 경선 안을 내 놓았고, 한 전 총리 측은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결국 이 전의원은 ‘독배’를 들었다. 자신의 표현대로 이길 수 없는 경선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은 이 전 의원 자신일 것이다.
그는 이길 수 없는 경선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내가 당 내에서 지적했던 문제를 한나라당이 민주당을 공격하는 데 활용하는 건 아니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독배를 마시겠다고 선언한 3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신의 서울 시정을 ‘전시행정’이라 비판한 나경원, 김충환 의원을 누르고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로 선출됐다. ‘전시행정’은 한 전 총리가 오 시장을 비판하며 가장 중요하게 내세우는 부분이다.
이 전 의원은 자비를 통해 ‘2·1연구소’를 설립하고 일자리, 교육, 주거 등에 대한 문제를 연구해 왔다. 서울 안의 2000Km를 걸어 다니며 연구한 도보탐방 결과도 가지고 있다.
이 전 의원이 홈페이지에 올린 A4 27쪽 분량의 정책질의서는 그의 꾸준한 연구 결과다.
그러나 한나라당에서 경선 분위기에 불을 지피며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이 앞 다퉈 정책 발표 경쟁을 벌이는 동안 그가 올렸던 정책들은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 전 의원이 경선안 수용 발표를 한 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전체적으로 꼬였던 매듭이 잘 풀리고 앞으로 한달 간 이명박 정권의 심판을 위해 열심히 뛰기만 하면 되는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치열한 정책 대결을 벌이며 경선을 치른 한나라당과 대중적 인지도에 의지한 ‘100% 여론조사 경선’을 치른 민주당 중 누가 본선 경쟁력을 지닐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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