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거대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중국 정부의 ‘돈줄 조이기’ 움직임을 피해 홍콩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 中 부동산 개발업체, 홍콩에서 자금조달
최근 중국해외발전, 화룬즈디(華潤置地) 등과 같은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가 저금리 혜택을 받기 위해 홍콩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6일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 2월 중국해외발전은 연 1.45% 금리로 홍콩에서 10억3000억 달러의 대출을 받기로 결정했다. 중국 화룬즈디도 총 62억 달러를 홍콩 은행 4곳으로부터 대출받기로 했다고 지난 4월30일 발표한 바 있다. 애자일(Agile) 부동산도 지난 1월 홍콩 소재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서 1억2500만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대출받았다.
최근 중국 정부가 과열된 부동산시장을 억제하기 위해 부동산 개발업체에 제공하는 대출금리를 인상하면서 3-5년짜리 장기 대출금리는 최소 연 5.2%에 달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홍콩 은행들은 아직까지 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가 올해 홍콩 은행에서 대출받은 금액은 총 373억 홍콩달러로 전년 같은 시기 30억 달러를 훨씬 웃도는 금액이다. 반면,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중국 시중은행 위안화 대출액 감소폭은 25%나 달했다.
중국 최대 부동산 재벌 쉬룽마오(許榮茂)회장이 운영하는 스마오(世茂) 부동산 역시 HSBC, 스탠다드 차터스 등 홍콩 소재 은행으로부터 현재 4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 대출을 모색하고 있다. 아니사 리 노무라 증권 애널리스트는 스마오 부동산이 런던 은행간 단기 금리인 리보금리보다 높은 3.1% 포인트 수준에서 자금을 대출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니사 리 애널리스트는 중국 부동산 업체가 여러 금융기관들이 공동으로 차관단을 구성하여 차입자에게 대출하여 주는 신디케이트 론 시장을 통해 자금을 대출받는 이유로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를 꼽았다.
그는 “업체들이 부동산 프로젝트를 담보로 거래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자금 조달이 더욱 수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유사 이래 가장 가혹한 부동산 시장 규제정책
부동산 거품 우려에 직면한 중국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선불 계약금 인상 등의 조치를 단행했다. 그러나 각종 규제책에도 식을 줄 모르는 부동산 열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중국 정부는 세번째 주택 구입자의 대출을 금지시키고,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대출을 제한하는 등 잇따라 '규제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지난 24일 웹사이트를 통해 중국 토지자원부에 41개 부동산 개발업체의 자금 조달 계획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통해 토지 매입의 합법성과 부적절한 부동산 용도 변경, 대금 지급의 신속성을 조사할 계획이다.
중국 인민은행이 지준율 인상 및 대출억제 정책을 실시한 이후인 지난 3월 중국 시중은행 신규대출 규모는 5107억 달러에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블룸버그 통신이 21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예측한 수치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도이치 뱅크는 중국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과열 억제 조치를 ‘유사 이래 가장 가혹한(draconian) 부동산 시장 규제정책’이라고 비유했다.
필 립톤 HSBC 아태지역 신디케이트 금융 담당자는 “중국 본토 은행들이 향후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억제로 인한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홍콩 마켓의 유동성을 활용하는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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