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보금자리 분양주택에 이어 임대주택까지 환산 전세금이 주변 시세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18만7819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을 전국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 중 공공임대(국민 ㆍ영구 ㆍ공공임대)가 11만435가구, 공공분양이 7만7384가구다.
7일부터 사전예약에 들어간 2차 보금자리주택지구의 물량은 모두 1만8511가구다. 이 가운데 분양주택이 1만4497가구이고 임대주택은 4014가구다.
하지만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와 전세가가 다소 높아 원래 정부가 주변 시세(인근 공공택지 내 같은 규모 아파트 분양가)에 비해 15% 이상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는 목표와 어긋나고 있다.
게다가 보금자리주택을 기존 주택 대비 에너지 소비량의 30% 이상 줄인 친환경 주택으로 건설한다는 계획이어서 분양가 인상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보금자리 임대주택도 비싸
2차 보금자리주택부터 첫 선을 보이는 10년 공공임대의 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전세금으로 환산하면 주변 아파트 전세가에 비해 약 94%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 114가 남양주 진건, 구리 갈매, 부천 옥길, 시흥 은계 등 2차지구 10년 공공임대주택 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전세금으로 환산(연리 12% 적용)한 결과, 시흥 은계지구 전세가는 주변시세의 최고 94.5%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흥 은계지구의 경우 임대 보증금 6200만원에 월 임대료 41만원인 전용 74㎡의 환산 전세금은 1억300만원으로 주변 은행동, 대양동에 위치한 같은 면적 전세가 평균(1억897만원)의 94.5%에 달한다. 대야동 삼보아파트 전세 매물가격(8500만~9000만원)보다는 오히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금 6800만원에 월 임대료 44만원인 전용 84㎡ 환산 전세금은 1억1200만원으로 은행동, 대야동 전세가 평균(1억2439만원)의 90.0%로 조사됐다.
부천 옥길은 임대 보증금 6900만원에 월 임대료 45만원인 전용 74㎡의 환산 전세금은 1억1400만원으로 인접지역인 범박동, 소사본동의 전세가 평균(1억3693만원)의 83.3%에 달해 국토부가 제시한 주변 대비율 상한선인 78%를 넘어섰다.
남양주 진건은 전용 51㎡과 59㎡의 환산 전세금이 각각 7300만원, 8300만원으로 해당 시에 위치한 같은 면적의 평균 전세가(7130만원, 8241만원)를 오히려 웃도는 것으로 분석됐다.
◇시세 비교 왜 다른가?
국토부는 10년 임대 환산 전세가격은 주변 아파트 전세가와 비교해 63~78%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기준으로 삼은 비교대상 아파트 및 통계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부동산정보업체들의 경우 현지 부동산중개업소가 작성한 통계치를 비교 대상으로 삼는 반면 국토부는 국민은행의 주택가격 동향을 토대로 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시세통계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어 실제 떨어진 가격폭이나 거래되는 실거래가보다 변동폭을 좁게 책정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시장이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에 대해 각각 다르게 느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비교대상 주택도 달라 문제가 되고 있다. 국토부는 주변 아파트 비교대상으로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택지개발지구와 2005년 이후 입주한 규모가 큰 단지를 대상으로 삼고 있다. 반면 실제 보금자리주택 신청자격이 있는 무주택자들은 대부분 입주 10년이 넘은 노후화된 아파트에 사는 경우가 많아 보금자리주택이 중산층 주택을 비교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보금자리주택의 가격적인 매력이 사라지고 있어 청약 미달 사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박사는 "정부가 중산층을 대상으로 분양주택 사업을 하는 쪽으로 변질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며 "보금자리 비중도 분양보다는 임대주택을 더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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