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재정위기가 거침 없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긍정적인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일부가 조만간 집행될 전망인가 하면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재무장관들은 9일 긴급회동을 통해 위기 확산 방지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지난 7일(현지시간) 저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자금 지원은 그리스가 재정긴축 프로그램과 개혁을 이행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며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제공하기로 한 구제금융 1차분이 수일 내 집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그리스는 유로존과 IMF에 자금 지원을 요청, 3년간 1100억유로를 지원받는 내용의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스는 오는 19일 만기가 돌아오는 90억유로의 국채를 해결해야 한다.
구제금융 지원 협상 타결 이후 시장의 불신은 가라앉지 않고 있지만 관련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유로존 정상들은 전날 열린 특별회동에서 그리스에 대한 자금 지원을 최종 승인했다. 이날 회동에서 정상들은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회원국 재정건전성 감독 강화 ▲금융시장 교란자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꼽았다.
그리스 의회도 지난 6일 국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13.6%에 달한 재정적자를 오는 2014년까지 2.6%로 낮추는 긴축 계획을 통과시켰다.
유로존과 IMF의 자금 지원이 집행 단계에 접어듦에 따라 그리스가 단기적으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는 어느 정도 누그러들 전망이다. 다만 긴축 계획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점은 변수로 남아있다.
EU 재무장관들은 9일 브뤼셀에서 긴급 회동, 정상회의에서 논의된 방안들을 구체화할 전망이다.
헤르만 판롬파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정상회의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9일 오후 브뤼셀에서 긴급 재무장관을 갖고 그리스에 이어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로 번지는 재정위기의 확산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긴급 EU 재무장관회의는 현지시각으로 9일 오후 2시(한국시간 오후 9시) 시작되며 이사회 순번의장국인 스페인 재무장관이 주재하게 된다.
긴급 재무장관회의에서는 그리스에 단발적으로 적용됐던 구제금융 메커니즘을 대체할, 항구적 EU 재정안정 메커니즘 구축과 신용평가회사 등 금융시장 참여자에 대한 규제 강화, 회원국 재정건전성 감독 강화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EU 재무장관들이 10일 금융시장 개장에 앞서 시장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려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사상 최대 규모의 그리스 지원대책에도 불신을 보냈던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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