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유경 방영덕 기자) 유럽발 위기로 주춤했던 국내 금융 시장이 3거래일 만에 본 궤도를 회복하고 있다.
코스피는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고, 채권 시장도 외국인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강세로 돌아섰다. 급등(원화가치 하락)하던 원·달러 환율도 안정을 되찾았다.
국내 금융시장은 유럽발 위기에도 꿋꿋이 자기 펀더멘탈을 유지하는 모습이며,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다만 서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아직 제기되는 만큼 기준금리는 이달에도 동결될 것으로 보인다.
◆ 유럽위기, 국내 금융시장 영향 '제한적'
국내 금융시장에서 유럽발 악재는 단 3거래일 만에 진정되는 국면이다.
지난 6일과 7일 이틀새 70.65포인트 급락한 코스피는 10일 30.13포인트(1.83%) 오른 1677.63로 거래를 마쳤다. 상승폭으로는 지난 3월 17일의 34.85포인트 이후 2개월 만에 최고.
지난 2거래일 동안 2조원을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이날도 4356억원을 순매도했지만 매도물량을 조절했다.
채권 시장은 국고채를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며 지난 7일부터 강세로 돌아섰다.
국고채 3년물의 경우 남유럽 위기설이 확대되며 약세를 지속, 지난달 29일 3.61%에서 이달 6일 3.79%로 5거래일 만에 0.18%포인트 급등했다. 하지만 외국인의 채권 매수세가 강해지며 7일 0.1%포인트 하락했다.
국내 채권이 유럽 위기로 안전성과 수익성 메리트가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등 오히려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는 달러당 23.30원 오른 1132.10원으로 장을 마치며 심리적 하락 효과를 털어냈다.
원화가치는 지난 6일과 7일 이틀 동안 44.10원 하락하며 지난 3월 2일(1160.20원) 수준인 1158.70원까지 떨어졌다.
국내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는 원인은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최대 7500억 유로(약 1095조원) 규모의 구제금융기금 설립에 합의하는 등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이 가시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미국 시장이 망가진 데 이어 유럽 시장까지 위기를 맞으며 글로벌 투자심리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로 쏠렸기 때문이다.
이정준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유럽 위기는 크레딧(신용) 요인이 강한 데다 한국은 금융위기 이후 이미 준비가 많이 돼 있었기 때문에 국내로 확산될 염려는 크지 않다"며 "차츰 시장 변동성이 축소되고 저가 매수 의지가 살아나는 등 금융시장 안정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 기준금리는 15개월 동결 전망
유럽위기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한은의 통화정책 결정에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위기심리 확산이 유럽의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남은 데다, 당분간 기준금리를 묶어두길 바라는 한은으로서는 이번 위기를 금리 동결의 좋은 논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유럽 쇼크로 재정지출을 늘려 경기를 떠받치는 적자재정 정책의 한계가 노출돼,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에 무게를 둬야한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8%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 등 조기 금리 인상론이 공론화 될 조짐이었다. 그러나 유럽 재정적자 이슈가 다시 불거지면서 출구전략 논의는 다시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이달에도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85개 기관 채권 보유자와 운용 관련 종사자 221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99.4%가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로 예상했다.
신정근 산은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남유럽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줄일 수 있으며 이럴 경우 국내기업 매출에도 영향 미칠 수 있다"며 "가계를 비롯한 민간경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내재돼 있어 금리인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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