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재정위기 확산 방지 대책 약발 먹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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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5-10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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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시장 안정 되찾아…"신속한 집행이 관건"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정위기 확산 방지대책을 도출했다. 그리스에 대한 1100억유로의 구제금융 지원안이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자 금액을 7500억유로(약 1100조원)로 대폭 늘렸고, 유럽중앙은행(ECB)은 시장개입 방침을 천명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합의안이 미국 재무부가 2008년 시행한 7000억달러 규모의 부실자산구제계획(TARP)과 같은 '충격과 공포(Shock and Awe)'를 시장에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 포함된 구제금융 대출보증안에 영국이 불참하기로 하는 등 변수가 많아 부도 위험국에 얼마나 신속하게 지원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ECB 채권시장 개입이 핵심"
엘레나 살가도 스페인 재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재무장관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4400억유로, EU 600억유로 등 최대 50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IMF도 2500억유로를 추가 지원할 방침이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EU 회원국이 지원을 요청하면 나머지 회원국들이 수혜국과 양자계약 방식으로 차관을 제공하게 된다. 채무보증 방식도 병행된다.

비(非)유로존 회원국만 수혜 대상이 됐던 기존의 재정안정 지원기금 한도를 600억유로 증액하고, 유로존 회원국도 수혜 대상이 되도록 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은 ECB의 채권시장 개입 방침이다. ECB가 유로존 회원국의 국채를 매입하겠다고 나선 것이 이번 합의안의 실효성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이날 낸 시장분석 보고서에서 "ECB가 핵폭탄을 터뜨리며 EU의 강력한 결속력을 과시했다"면서 "ECB의 채권시장 개입은 논의과정에서 EU 회원국들이 수용하기 가장 어려운 선택이었던 만큼 시장에 뚜렷한 신호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마르코 아눈지아타 유니크레딧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이번 합의안은 '충격과 공포'의 속편이자 3D 버전"이라며 "단기적으로 시장을 안정시켜 투자자들의 패닉과 재정위기의 전염을 막을 수 있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 진정 조짐
예상을 뛰어넘는 대대적인 조치에 얼어붙었던 금융시장도 온기를 되찾고 있다. 합의안의 영향이 가장 먼저 전달된 아시아 증시는 이날 일제히 상승반전했다. EU는 월요일 금융시장이 열리기 전에 합의안을 도출해 시장에 확신을 준다는 방침이었다.

최근 사흘간 낙폭이 100포인트에 육박했던 코스피는 2% 가까이 오르며 1670선을 회복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주말 대비 10.37포인트(0.39%) 오른 2698.75를,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66.11포인트(1.66%) 상승한 1만530.70을 각각 기록했다. 대만 가권지수와 호주 S&P/ASX 200지수도 1.29%, 2.55%씩 뛰었다.

나흘 연속 급락했던 유럽 주요 증시도 이날 급등세로 출발, 장 초반 3~5%대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2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14개월래 최저치에서 지난 주말 강세로 돌아선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이날 9시 현재 영국 런던 외환시장에서 2% 이상 오르며 2거래일 상승폭으로는 지난해 3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 엔화에 대해서는 3% 이상 올랐다. 리 하드맨 뱅크오브도쿄미쓰비시UFJ 외환투자전략가는 "EU와 IMF의 합의안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부추겨 유로화가 한동안 강세 행진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속한 구제가 관건
비관론자들은 이번 구제금융기금 조성계획이 재정적자 문제에 대한 중장기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다만 이번 합의가 재정위기에 직면한 국가들이 재정적자 축소계획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줘 시장의 신뢰를 다소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물론 부도 위험국가가 구조를 요청했을 때 신속한 지원이 뒤따른다는 전제에서다.

프랜시스 정 크레딧애그리콜 수석 투자전략가는 "이번 조치로 재정위기의 전이 위험은 축소됐지만 장기적인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며 "이를 해소하려면 신속한 실행과 함께 그리스와 같은 수혜국의 긴축 노력이 담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지원이 이뤄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유로존이 부담하는 4400억유로는 각국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해 집행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연정이 9일 지방선거에서 패한 것도 악재가 될 전망이다. 메르켈 총리는 상원 선거에서 다수당 지위를 잃고 정국 주도권을 야당에 내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렇게 되면 재정위기를 해소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

지급보증 형식의 자금지원에 대한 비유로권 국가들의 반발도 문제다. 영국은 이미 지급보증에 불참의사를 나타냈다.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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