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지성 기자) 삼성 이건희 회장과 LG 구본무 회장이 10년 뒤 미래 먹을거리를 놓고 대면했다. 순차적으로만 보면 구 회장이 ‘그린 2020’ 비전으로 치고나가자, 이 회장이 ‘5대 신수종사업’으로 맞받은 모양새다.
11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10일 저녁 승지원에서 사장단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2020년까지 23조원을 투자해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발광다이오드), 바이오 복제약과 의료기기 산업을 미래사업 영역으로 키우기로 했다.
앞선 지난달 12일 LG그룹은 구 회장을 비롯한 LG 최고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사장단협의회’를 통해 ‘그린 2020’을 확정했다. 그린 2020은 구 회장이 올 1월 “10년 후를 내다보며 사업판도를 바꾸는 기반기술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데 따른 것이다.
LG그룹은 3대 전략과제인 ▲그린 사업장 조성 ▲그린 신제품 확대 ▲그린 신사업 강화 등을 추진을 위해 2020년까지 그린경영 연구개발(R&D) 및 설비투자 각각 10조원 등 총 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그룹의 ‘5대 신수종사업’과 LG그룹의 ‘그린 2020’의 사업영역이 상당부분 겹치면서 두 그룹은 10년 후를 놓고도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우선 태양전지와 자동차용 전지에서 계열사간 각축을 벌이게 된다. 태양전지에서는 LG전자가 한걸음 앞서 있다. LG전자는 이미 지난해 말 구미사업장에서 연간 120MW급 결정형 태양전지라인을 구축하고 올 초부터 양산에 들어가 있다. 여기에 LG전자는 내년까지 120MW급 결정형 태양전지라인 2개를 추가로 만들어 가동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결정형을 시작으로 이후 박막형 태양전지 라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2020년까지 6조원을 투자해 매출 10조원을 올리겠다는 계획도 만들었다.
LG의 경우 박막형 태양전지 개발은 LG디스플레이를 앞세우고 있다. LG전자도 박막형 태양전지의 파일럿라인을 가동 중으로 LG는 올해 말까지 두 계열사간의 경쟁을 통해 상업성 있는 박막형 태양전지를 양산할 수 있는 곳으로 사업을 통합한다는 구상이다.
자동차용 전지 분야의 경쟁은 더 뜨겁다. 삼성SDI와 LG화학이 두 그룹의 전담주자이다. 삼성SDI는 BMW와 미국 델파이 등에 자사의 전지를 납품할 계획이다. 독일 보쉬가 투자한 SB리모티브를 통해 남품선을 확보한 것.
LG화학은 제너럴모터스의 시보레 브랜드 전기차 ‘볼트’에 전지를 납품할 계획이다. 또 중국 장안기차와도 제휴관계를 맺고 중국시장 진출도 가늠하고 있다.
차세대 조명인 LED조명사업에서도 LG전자와 삼성LED가 맞붙게 되고, 삼성전자와 삼성의료원이 신수종사업으로 설정해 각각 2.1조원과 1.2조원을 투자할 계획인 바이오복제약과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LG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LG생명과학은 복제약을 포함한 신약개발의 연혁이 이미 오래됐고, 의료기기분야는 LG전자가 헬스케어 사업으로 적극적인 진출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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