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영민 기자) 앞으로 통신사업자의 마케팅비가 유·무선 서비스별로 매출액 대비 22%(연간 기준)를 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올해 통신사들의 마케팅비는 7조300억원으로 전년(8조200억원) 대비 1조원 가까이 절감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선통신에서는 8100억원의 절감 효과가 발생하고 유선통신은 180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3일 KT, SK텔레콤, 통합LG텔레콤, SK브로드밴드 등 통신사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지난 3월 5일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위한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 이석채 KT 회장, 정만원 SK텔레콤 사장, 이상철 통합LG텔레콤 부회장 등 통신 3사 CEO들이 소모적인 마케팅비를 절감하고 콘텐츠 기술개발에 투자하기로 합의한 것에 따른 후속조치다.
방통위와 통신사업자들은 지난 3월 이후 임원급 회의, 실무회의를 수차례 진행해 합의안 도출에 노력해왔다.
그러나 일부 사안에 대해서 사업자간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방통위는 행정지도 차원에서 당초 CEO 합의사항을 최대한 반영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KT가 마케팅비 제한에 대해 스마트폰을 제외하거나 유·무선 서비스 구분을 없애자는 의견을 고수해 통신사들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통신사들은 유무선 서비스를 분리해 각각 매출액 대비 22%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마케팅비를 지출해야 한다.
또 마케팅비 총액 한도내에서 1000억원까지는 유·무선 구분 없이 지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와이브로, 인터넷TV(IPTV) 등 신성장 분야의 활성화와 후발사업자의 마케팅 비율이 지배적 사업자보다 높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매출액은 단말기 매출액을 제외한 금액을 기준으로 하고 광고선전비는 마케팅비에서 제외된다.
유·무선 분리는 회계분리기준 등 합리적인 배부기준을 적용하도록 했으며, 회계분리의 적정성 여부에 대해서도 점검할 계획이다.
이번 마케팅비 가이드라인 마련에 대해 업체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SK텔레콤과 통합LG텔레콤은 시장 과열을 막고 투자 확대를 위해 가이드라인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KT는 치열해지고 있는 무선시장에서 마케팅비가 제한됨에 따라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KT 관계자는 "유·무선 컨버전스 시대에 유선과 무선을 구분해 마케팅비를 제한한 것은 무선의 경우 특정사업자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인위적인 정부의 규제 보다는 사업자가 시장논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통신사들이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준수하도록 하기 위해 매 분기 사업자별 마케팅비 집행 실적을 공표키로 했다.
내달 중에는 통신사를 대상으로 실태점검을 실시하고, 필요한 경우 하반기 중 대대적인 사실조사에 나선다.
이를 통해 과도한 단말기 보조금 및 경품 등 불법 마케팅을 조장한 사업자를 적발해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이번에 마련된 가이드라인은 이달부터 시행되며, 오는 7월 말 상반기 집행실적을 점검하고 시장상황에 따라 급격한 변화가 생기는 등 필요한 경우 가이드라인을 재조정하기로 했다.
신용섭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통신사들과 협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가이드라인 마련이라는 행정지도를 하게 됐다"며 "가이드라인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실질적으로 불이익을 가할 수 없어 요금조정(인하) 등을 통해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통신사의 마케팅비는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동통신사의 마케팅 비용은 지난 2005년 총 3조2600억원에서 2009년 6조1900억원으로 3조원 가량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이통 3사의 시장 점유율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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