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미국 대기업의 '유리천장(Glass Ceiling)'이 깨지기 시작했다. 여성 최고경영자(CEO)들이 기업 내 성차별의 벽을 넘어 남성 최고경영자(CEO)보다 많은 연봉을 챙기기 시작한 것.
블룸버그통신은 13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에 편입된 미국 대기업 가운데 16개 기업 여성 CEO가 최근 수년간 남성 CEO들의 평균 연봉보다 43% 많은 1420만달러의 연봉을 챙겼다고 보도했다. 여성들의 연봉이 급격히 느는 사이 남성들의 연봉은 줄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가 기업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여성 기업가의 연봉은 평균 19% 올랐고 남성 CEO의 연봉은 5% 줄었다.
특히 야후의 캐럴 바츠 CEO는 지난해 S&P 500지수에 포함된 미국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4720만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식품업체 크래프트의 아이린 로젠펠드는 지난해 41% 늘어난 2630만달러를 챙겼다. 인드라 누이 펩시 회장은 1580만달러를 벌었다.
자료 분석에 참여한 보수 전문가 그래프 크리스탈은 "기업 보상위원회는 더 이상 여성들에게 적은 보수를 주는 데 따른 문제를 피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어떤 회사의 이사회도 사회적인 비난을 감수하면서 여성 CEO에게 낮은 연봉을 주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성 CEO들이 지난해 남성 경쟁자들에 비해 고액의 연봉을 받았던 것은 CEO의 연봉이 투명하고 공개적이어서 언론에 공개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성 CEO의 연봉이 오른 데는 외부 발탁이 많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따르면 미국 기업 여성 CEO들은 내부에서 발탁된 경우보다 외부에서 영입된 경우가 두 배 가까이 많다. 허미니아 아이바라 하버드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최근 인재영입시장에는 공급이 달려 CEO 후보들의 몸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외부에서 영입된 여성 CEO가 프리미엄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 내 유리천장은 아직 사라진 게 아니다. 여성 CEO가 연봉 순위에서 남성 CEO를 제치고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S&P 500지수 편입 기업 가운데 여성 CEO는 16명에 불과하다. 기업 내에서 대다수 여성은 여전히 남성 동료에 비해 낮은 보수를 받고 있다.
ABC뉴스는 평균적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직장에서 낮은 연봉을 받는 이유 중 하나로 여성들이 협상에서 훨씬 덜 공격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방송의 행동연구소는 연구에 참여할 대상자들을 모집하면서 5~12달러를 지급하겠다고 광고한 뒤 지원자들에게 최소 금액을 제시했다.
그 결과 남성 지원자들의 절반 이상은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한 반면 여성 지원자들은 불과 3분의 1만이 금액을 두고 흥정을 했다는 것이다.
'유리 천장'을 깬 여성 CEO들은 여전히 업계에서 여성들이 평등한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문화가 많이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여성 단체들은 이들이 남성 중심의 기업 문화를 바꿔가는데 앞장서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성 인권단체 화이트하우스프로젝트의 마리 윌슨은 "만약 내가 그 정도의 연봉을 받고 있다면 나는 우리 회사의 모든 여사원들이 동등한 수준의 연봉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raskol@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