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정부에 대한 신뢰의 증진은 선진화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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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5-1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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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통희 이화여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최근에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이하 정부신뢰)가 크게 약화되면서 국정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화 이후의 성장통임이 틀림없다. 1인당 국민총소득은 2만 달러의 문턱에서 10년이 넘게 머물러 있다.

낮아진 정부신뢰가 국가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약화된 국가경쟁력은 경제성장에 나쁜 영향을 미침으로써 다시 정부신뢰를 약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진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다행히도 민주화의 과도기에는 정부신뢰가 낮아지지만, 민주화가 더욱 발전하여 성숙하게 되면 정부신뢰가 올라가고, 국가경쟁력도 강화되는 튼실한 모습을 북구 유럽선진국들에서 볼 수 있다.

우리나라가 선진화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정부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정부신뢰라는 수레의 양바퀴는 정부의 '문제해결 능력'과 '도덕성'이다.

[정부신뢰의 양대축은 문제해결 능력과 도덕성]

민주화는 정치계(政治界)에서 시민사회와 기업의 권력을 강화시켰고, 지식정보화는 의견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사람들의 정치세력화를 용이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정부는 시민사회와 기업의 협력 없이 국정의 리더십을 행사하기 힘들게 되었다. 이러한 맥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여전히 권력에 토대를 둔 수직적 패러다임으로 국정을 운용하면서 역량이 심각하게 약화되었다.

첫째, 민주화 이후 지난 20여 년 동안 개방, 자율,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하드웨어 중심의 각종 혁신적 제도를 도입했으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정부역량이 약화되었다.
 
둘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행정부와 정치 간에 유기적 협력이 민주화 이후 오히려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정부신뢰가 하락하고 있다. 후진적 패러다임에 젖어 있는 정치권만이 아니라 여권 내에서조차 당정협력이 실종되어 국정의 동력을 상실하는 경우가 빈발했고, 그 때다마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실망은 커지고 있다.
 
셋째, 법을 통치수단으로만 여기는 톱다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정부신뢰는 하락하고 있다.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법은 여전히 기득권자들을 위한 것이며,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국민들의 생각이 심화되고 있다.

한편 정부신뢰를 약화시키는 정부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을 심화시키는 원인을 민주화, 정보화, 세계화 등 문명사적 맥락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첫째, 민주화 이후에도 과거의 관성과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위와 선거를 염두에 둔 정부의 인기영합적인 비일관적 대응이 이어지면서 정부신뢰는 하락하고 있다.

둘째, 부정부패와 정책실패에 관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전 국민에게 전달되면서 정부신뢰는 하락하고 있다. 그리고 민주화와 정보화로 인해 촘촘해진 사회적 감시망과 정권교체에 따른 신분불안으로 공직자들의 무사안일이 심화되었다. 도덕성에 대한 의구심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무사안일한 공무원으로 채워진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더욱 가파르게 하락할 수밖에 없다.

셋째, 경제성장으로 국민들의 기대수준이 높아진 상황에서 두 차례의 경제위기를 겪으며 심화된 양극화와 사회적 불안의 책임이 정부에게로 쏠리면서 정부신뢰는 하락하고 있다.
 
정부의 「문제해결 능력」과 「도덕성」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시민사회 및 기업과 협력하여 국정을 이끌어 가야함과 동시에 법치주의를 국민들의 자발적 의지를 토대로 정립해야 한다.


[정부는 강해진 시민사회·기업과 국정을 협력하고 법치주의를 정립해야]

첫째, 정부가 시민사회와 기업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협치를 선도해야 한다. 강한 정치권력을 가진 시민사회와 기업을 과거와 같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협치의 방안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행정부가 집권 여당과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당정협의체제를 갖추어야 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각종위원회를 협치의 통로로 적극 활용해야 하며, 시민사회단체가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제도적으로 갖출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행정의 정치에 대한 불신은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한 적도 있고 국가의 발전에도 크게 공헌하였다. 그러나 민주화된 사회에서 정치에 대한 행정의 불신은 오히려 국민의 의사에 대한 행정의 반응성을 저해하므로 정부불신을 초래한다. 정치와 행정이 적극 소통하고 학습하는 체제가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의 각종 위원회가 명목적으로 또는 책임전가용으로 활용되면, 오피니언 리더들인 위원들은 정부신뢰에 악영향을 미치는 메시지를 사회에 전달하게 된다. 따라서 전문성과 대표성을 갖춘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위원으로 위촉하고 우선 이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정부위원회의 운영 소프트웨어를 활용해야 한다. 특히 시민사회의 정부에 대한 불신이 심하므로 시민사회를 대표할 수 있는 인사들을 위원회를 통해 국정에 적극 참여시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정부는 상호 적극 협력을 위한 신사협약이 필요하고, 이러한 신사협약은 사회운동의 차원에서 시민사회가 선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개돼야 한다.

[국민 스스로  법의 보호를 구할 수 있는 체제가 구축되어야]

둘째, 정부가 법률서비스의 보편적 서비스화를 위해 혁신적인 제도를 도입하고 적극 추진해야 한다. 통치수단적 패러다임의 산물인 “법은 기득권 편향적”이라는 우리사회의 문화와 인식을 치유해야 한다. 국민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살면서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다. 그 핵심은 일상생활에서 법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상식적인 비용으로 큰 불편 없이 상담, 자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먼저 법률서비스를 다양화해야 한다. 민주화 초기에 선거가 동력으로 작용하여 행정의 민원서비스는 매우 다양하게 제공되었다. 국민들을 위한 법률서비스 제도를 이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다양화해야 한다. 그리고 법률서비스의 비용을 상식적인 수준으로 낮출 수 있도록 비용구조를 혁신해야 한다. 의료 서비스만큼은 아니지만 법률서비스도 삶의 기본요소다. 국민들의 삶에 있어서 법률이 차지하는 비중에 걸맞게 비용측면에서 접근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또 공적 사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위법·불법 행위에 대한 가중처벌을 제도화해야 한다. 공적 사무를 집행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권력을 더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가장 큰 권력집단인 정부가 합법성을 중시하도록 자체 감시기구인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소속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이 자신의 권익과 피해구제를 위해 법에 호소하려는 의지가 있고, 실제로 동원할 수 있을 때 법은 지켜진다. 정부가 엄정하고 강력하게 법을 집행할 때 법치주의가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법을 활용하여 스스로 권익보호와 권리구제에 나설 때 법치주의가 정립된다. 통치차원의 법치주의가 아니라 민권차원의 “아래로부터”의 법치주의는 성숙한 민주주의의 충분조건이다. 

* 이 칼럼은 한국선진화포럼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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