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별 얘기가 없다. 누가 나오는 지도 잘 모르겠고. 뚜껑을 열어봐야 알 지 언론의 여론조사를 믿을 수 있나."
16일 서대전역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기사에게 "요즘 대전시장으로 누가 인기가 좋으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그는 "다 그 놈이 그 놈인데 찍을 사람도 없다"고 덧붙였다.
대전시 동구 삼성시장에서 야채를 파는 목동금(71) 씨는 "텔레비전에서는 염홍철 후보가 인기가 좋다는데 주변에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며 "생업이 바빠 투표에 신경 쓸 겨를도 없다"고 손을 내저었다.
대전의 민심은 아직 뜨뜨미지근했다. 길거리의 시민들은 대부분 "잘 모르겠다" "흥미없다"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현재 대전광역시장 선거는 2강1중의 판세를 형성 중이다. 여론조사 1위인 자유선진당 염홍철 후보(전 시장)를 한나라당 박성효 후보(현 시장)가 추격하고 있다. 민주당 김원웅 후보가 그 뒤를 따른다.
세종시 문제는 대전 민심의 키워드였다. 반(反) 한나라당 정서가 만만치 않았다.
둔산동에서 대전역까지 가는 택시에서 만난 기사 박정일(65) 씨는 "현 정권에 대한 민심이 안 좋다보니 한나라당은 찍지 말라는 사람도 있다"면서 "그러나 여론이 어디로 쏠릴 지는 아직 종잠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씨는 "지난번 선거 때도 박 후보가 염 후보에 '게임이 안 된다'고 했는데도 뒤집혔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반대로 지역당(자유선진당)에 대한 비판 여론도 강했다. '대전·충청당'이라고 해서 힘을 실어줬는데도 세종시 정국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는 것이다.
삼성동에서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40대 중반의 상인은 "자유선진당은 능력이 없어서 탈락이고 민주당이나 한나라당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능력있는 사람을 뽑았어야 하는데 당만 보고 뽑았던 게 잘못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간판(자유선진당)만 보고 찍어줬더니 힘이 없다. 될 당을 밀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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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선진당 염홍철 대전시장 후보는 16일 오전 8시 30분께 축구대회가 열린 동구 삼성동의 삼성초등학교를 찾았다. | ||
한편 염 후보는 이날 체육대회와 교회·시 행사를 돌며 유권자들과 만났다. 오전 8시 30분께는 제14회 삼일회장기 축구대회가 열린 삼성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삼성초의 운동장은 선수들과 유세에 나선 각 당의 선거운동원들로 북적댔다. 민주당 측 유세지원단은 "6월 2일은 2번 찍는 날이여"라며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외치기도 했다.
축구대회에 참여한 선수들은 "이번에는 되시겠죠" "돌아오셨습니까" "(전) 시장님이 오시니까 분위기가 달라지네"라며 염 후보를 따뜻히 맞았다. 이에 염 후보는 "한 골보다는 두 골, 두 골보다는 세 골이 좋다. 오늘 꼭 이기라"며 화답했다.
이날 경기에 참여한 용대 팀의 이진규(43) 씨는 "지난번에는 한나라당을 다 찍어주는 분위기였는데 (염 후보는) 당이 안좋았다"면서 염 후보 지지의사를 밝혔다. 산내 팀의 최 모(46) 씨는 "염 후보가 앞서가는 것 같은데 그래도 아직은 모른다"고 반신반의했다.
염 후보는 유세를 마친 후 기자와 만나 "이번 선거는 2006년과는 전혀 다르다"며 "그때는 현직이었지만 지금은 나쁜 조건이다. 지지율에서는 내가 앞서 있지만 오히려 반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박 후보는 4년간 국책사업을 모두 놓치고 신성장동력도 만들어 내지 못했다"면서 "시민들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9시께 다음 유세 장소인 기성중학교로 떠났다.
younge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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