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정부의 강력한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중국의 ‘집값’이 떨어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은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정책을 실시한 지 한 달이 되었으나 베이징ㆍ상하이 등 대도시(1선도시) 및 2선도시에서는 부동산 거래량은 급감하는 데 반해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4월15일 부동산 시장과열을 막기 위해 1가구 2주택 구입시 계약금 비중을 높이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하는 등 강력한 규제책을 내놓았다.
△ 1선 도시: 거래량은 ‘뚝’, 집값은 ‘고공행진’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대도시 부동산 시장은 4월 중순 이후 거래량은 급감하고 집값은 여전히 떨어지지 않는 등 두드러진 관망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앙 정부의 잇따른 규제카드에 이어 베이징 시도 1가구 1주택으로 주택 매입을 제한하는 정책을 실시하자 4월 베이징 시 부동산 거래량은 급감했다. 그러나 집값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베이징 시 통계국이 1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월 달 베이징 집값은 전월대비 2.6% 증가했으며, 오름폭은 전월보다 2.4%포인트 더 상승했다. 그러나 주택판매량은 대폭 감소해 주택판매면적은 전월보다 41%나 떨어진 118만7000m²에 그쳤다.
특히 4월 들어 베이징 시 주택 거래시장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베이징시 부동산거래관리사이트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이 발표된 4월 14일 이후 한 달간 베이징 상업주택 거래량은 6846채에 달해 2009년(1만4663채)의 절반에 그쳤다.
상하이 시는 5월 첫째 주 상업주택 판매면적은 전 주보다 35% 떨어진 7만1000m²에 그쳤으며, 매매가도 1m² 당 2만5118위안으로 전주보다 2% 가량 떨어졌다.
장슈화(張秀華) 상하이 푸양(富陽) 부동산 컨설팅 회장은 “상하이 집값 낙폭은 생각보다 미미했다”면서 “부동산 규제책은 거래량만 위축시켰을 뿐이다”라고 밝혔다.
신민만보(新民晩報)는 5월 분양 예정이었던 상하이 시 67개 아파트 중 현재 17개만 분양을 결정했으며, 나머지 아파트 분양은 무기한 연장되었다고 보도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선전(深圳)도 상황은 마찬가지.
부동산 규제책이 발표되기 전, 선전 시의 한 주간 주택거래량은 1061채에 달했으나, 정책발표 직후에는 무려 60% 떨어져 417채에 그쳤다. 이후에도 계속 떨어져 5월3일에는 단 1채의 거래밖에 성사되지 않았다.
선전시 국토부동산 부문이 5월1일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4월 선전시 신규 상업주택 판매가는 1m² 당 2만567 위안에 달해 동기대비 66.79%나 올랐으나 판매면적은 60.95%나 떨어진 29만1200m²였다.
중고주택 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재 선전시 중고주택 거래량은 4월 초에 비해 60%나 떨어졌다.
△ 2선급 도시도 상황은 마찬가지
대도시뿐만 아니라 우한, 항저우와 같은 2선급 도시의 부동산 시장 역시 거래는 끊기고 가격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우한시의 경우, 부동산 규제책 발효 이후 대다수 부동산 개발업체는 시장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비록 우한시 부동산 분양가가 예상보다 낮아지긴 했지만 실제적으로 가격을 인하하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몇몇 아파트의 경우 오히려 가격이 올랐다.
우한 이팡(億房 )리서치센터의 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우한시 중심지역 주택 거래량은 4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4월 중순보다 50%나 떨어진 수준이다. 이에 반해 주택 가격은 최근 3주간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밖에 최근 항저우 중고주택시장에서는 거래는 얼어붙은 반면, 집값은 최고가로 치솟고 있다.
중원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최근 항저우 시 중고주택 거래량은 한 주전보다 59% 폭락했다. 심지어 노동절 연휴기간 이틀 전에는 거래량이 한 자리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주택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4월 항저우 시 중심가 중고주택 가격은 한 때 1m² 당 2만 위안을 넘어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5월 들어서 거래가는 다시 안정세를 찾아서 1만8500~1만9000위안 선에서 머무르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중국 부동산 시장 향방에 대해 전문가들도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양칭리(楊靑麗) BOCOM 인터내셔널 애널리스트는 "주택거래가 줄어드는 속도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빠를 것"이라며 "이에 따라 주택가격 하락 속도도 예상보다 빠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싱웨이웨이(邢微微) 중터우(中投)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주요 도시의 주택가격이 20~30%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부동산 비수기가 끝나는 여름이 지나면 주택가격의 향방을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baeins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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