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공모시장이 모처럼 열기를 더해가는 분위기에 이번 부당 수요예측이 '찬물'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나오고 있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 대표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슈로더투자신탁운용을 '불성실수요예측 참여자'로 지정했다.
불성실수요예측이란 기관들이 발행사의 공모가 결정을 위한 수요예측에 참가해 공모주를 배정받아 놓고도 실제 청약하지 않거나 상장후 일정기간 팔지 않겠다고 약속(의무보유확약)해 놓고도 이를 어기고 처분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슈로더투신운용은 지난달 22~23일 실시한 삼성생명의 수요예측에 참여해 주식을 배정받았으나 18.5% 가량만 청약했다. 이에 따라 미청약 물량은 인수를 희망하는 다른 기관에 넘겨져 소화됐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향후 증권사가 대표주관회사로 하는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시장 공모에 대해 11월3일까지 6개월간 수요예측 참여를 제한키로 했다"고 말했다.
슈로더투신운용 측은 "경쟁률이 당초 10대1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하고 펀드 사이즈보다 많게 청약했는데 그에 비해 배정주식수가 많았다"며 "이에 따라 배정받은 주식수 중에 일부만 받은 것으로, 락업을 했더니 많이 배정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을 편입할 펀드는 액티브 펀드인 '슈로더 코리아 알파 펀드' 하나로 이 펀드 규모 자체가 80억 정도 밖에 안된다.
시장에선 이런 인수질서 문란행위는 신뢰를 근간으로 하는 상장공모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나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기관들이 의무보유확약 기간을 어기고 몰래 처분하는 행위까지 만연한다면 발행사의 상장초기 주가 형성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개연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올 3월3일~4일 공모를 실시한 미래에셋제1호기업인수목적(SPAC) 때는 한 저축은행이 상장 이후 확약기간 내에 공모주식을 처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올해 상장공모시장은 대한생명을 시작으로 삼성생명, 만도 등 대형 장외기업들의 잇단 기업공개(IPO)로 모처럼 10조~12조원대의 호황을 맞이했다.
특히 삼성생명 20조원, 만도 6조원 등 공모주 일반청약때는 갈 곳 없는 부동자금이 급속히 유입되면서 열기를 더해가는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인수질서 문란행위는 시장 참여주체들에게 불신감을 안겨줄 수 밖에 없다"며 "올해 상장공모시장이 모처럼 만개한 가운데 투자심리가 위축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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