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올 하반기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대출자들이 고민에 빠졌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1년 가까이 이어져 온 저금리 기조가 막을 내리고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 경우 대출금리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출자들은 변동금리형과 고정금리형, 또 올 들어 처음 시장에 선을 보인 코픽스(COFIX) 연동형 대출을 놓고 손익 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 단기대출은 '변동형' 장기대출은 '고정형'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적용되는 금리는 3~5% 수준이다. 지난해 초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연동하는 변동금리형 대출금리가 7%를 상회했던 점을 감안하면 1년새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저금리 기조도 조만간 끝날 것으로 보인다. 경기 회복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올 하반기 중 최소 0.25%포인트에서 최대 0.50%포인트 정도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출자들도 금리 인상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상 소식에 지레 겁을 먹고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한다.
이정걸 국민은행 팀장은 "금리 인상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대출자들이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다만 기준금리 인상폭이 0.25%포인트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여 성급하게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갈아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현재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금리차가 1%포인트 이상"이라며 "수신금리도 낮아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급격하게 올릴 가능성은 낮은 만큼 대출 기간에 따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출기간이 3년 미만인 단기대출의 경우 변동금리가 유리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하반기부터 금리가 오르더라도 단기간 내에 고정금리를 뛰어 넘을 정도로 급등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 때문이다.
10년 이상의 장기대출은 고정금리가 낫다. 특히 변동금리와의 금리차가 1%포인트 내외에서 움직인다면 더욱 그렇다. 다만 금리차가 2%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진다면 변동금리 대출 환승을 고려해야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변동에 신경쓰고 싶지 않은 고객이라면 고정금리가 유리하다"며 "그러나 금리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대출 만기가 많이 남았다면 변동금리로 갈아타는 것도 이자를 아끼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권했다.
코픽스 연동형 대출은 올 들어 새로 생긴 옵션이다.
코픽스 대출의 금리 변동주기는 6개월과 12개월. 변동금리형 대출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CD금리(3개월)보다 길다. 금리 수준은 CD 연동형과 엇비슷하다.
이 팀장은 "최근 코픽스 기준금리가 2%대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CD 연동형 대출금리보다는 높다"며 "향후 금리 변동에 부담을 가지고 있다면 변동주기가 조금 더 긴 코픽스 대출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금융권, 변동형 비중 낮춰 충격 대비해야
금리 인상이 급격히 이뤄지지 않더라도 현재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변동금리형으로 지나치게 쏠려 있는 것은 문제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잔액(270조원)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부담은 2조5000억원 가량 증가한다.
시중은행의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80~90% 수준이다. 금리 인상이 대출자에게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 동안 은행들에 고정금리 비중을 늘리도록 지도하고 금리가 낮은 코픽스 대출도 내놨지만 변동금리 편중 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을 더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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