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충현 기자) 인텔, AMD, 오라클, HP 등 해외 유수 글로벌 IT기업들의 국내 연구개발(R&D)센터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견디지 못해 아예 철수하는 등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정보통신부(현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의 주도로 설립됐던 글로벌 IT업체들의 R&D센터 중 상당수는 현재 국내 사업을 위한 지원조직으로 전환됐거나 일부는 철수한 상태다.
인텔은 지난 2004년 3월 글로벌 IT업체 중 가장 먼저 R&D센터를 설립했지만 2007년 초 국내에서 철수했다.
인텔은 당초 국내 R&D센터를 통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홈네트워크 기술 개발 등에 협력하기로 했었다.
인텔의 국내 R&D센터 철수 결정으로 ETRI와 진행하기로 한 홈네트워크 기술 공동개발도 차질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양대 칩셋 메이커인 AMD도 지난 2005년 말 국내에 R&D센터를 설립했지만 현재 관련조직이 없어진 상태다.
AMD가 지난해 말 디지털TV와 휴대PC 관련 사업부문을 각각 브로드컴과 퀄컴에 매각하면서 국내 R&D센터도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HP 역시 지난 2004년 말 국내 R&D센터를 설립하고 한국 정부와 4000만달러 공동연구기금 조성계획도 밝혔지만, 현재 R&D센터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한국HP 관계자조차 "R&D센터의 현재 활동에 대해 내부에서도 아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고 말할 정도다.
오라클은 지난해 말 아시아ㆍ태평양지역 R&D센터를 싱가포르로 통합하면서 국내 R&D센터를 철수시켰다.
특히 오라클의 R&D센터 철수는 BEA시스템즈와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R&D센터 철수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오라클이 지난 2008년 초와 지난해 4월 각각 BEA시스템즈와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BEA시스템즈는 2006 년말,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2004년 초에 국내 R&D센터를 설립했었다.
이 외에 내쇼널세미콘덕터,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텍사스인트투트먼트 등 반도체업체들의 국내 R&D센터가 이미 철수했다.
또 현재 남아있는 주요 글로벌 IT기업들의 일부 국내 R&D센터는 기술 개발보다 사실상 사업 지원조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IT업체들의 국내 R&D센터는 일종의 '포퓰리즘'이었다"며 "R&D센터 설립 행사만 거창하게 하고 실질적인 내용은 없는 게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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