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범서비스, 수도권 일부 지역에 국한
(아주경제 이하늘 기자) #경기도 일산에 사는 이병철씨(61)는 최근 3D TV를 샀다. 월드컵 등 주요 스포츠 경기를 3D로 볼 수 있다는 말에 10년 이상된 평면 브라운관 TV를 교체한 것. 하지만 지난 19일 오후 세계 최초로 KBS가 대구국제육상대회를 지상파 3D 중계를 한다는 말에 채널을 맞췄지만 그는 결국 3D 방송을 볼 수 없었다. 3D 중계를 보기 위해서는 UHF 안테나를 별도로 설치해야 하는데다 전파 범위도 서울과 과천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됐기 때문이다.
최근 월드컵 특수를 맞아 국내 TV 제조사들이 3D 마케팅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그 콘텐츠가 부족해 3D TV 구입 고객들은 기존 2D 영상 시청에 그치고 있다.
현재 3D 방송을 서비스하는 곳은 스카이라이프가 유일하다. 지상파 역시 19일을 시작으로 시범 서비스에 들어갔지만, 채널은 66번 하나에 불과하다.
특히 기존 케이블 등 유료 채널 시청자들은 별도로 UHF 안테나를 설치해야 한다. 안테나 자체 가격은 1만원 선이지만, 난시청 지역에서는 증폭기 등 추가 설비가 필요하다. 아울러 설치 업체들은 설치 비용으로 10만원 이상의 비용을 청구하고 있다.
그나마 설치를 한다 해도 3D 방송을 볼 수 있는 가구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부 지역 거주자로 한정된다. 지방 거주자들은 높은 가격에 3D TV를 구입하고도 3D 방송을 즐길 수 없게 됐다.
다음달 열리는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 대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전을 비롯한 25경기가 3D 영상으로 제공되지만 이 역시 수도권 일부 시청자에 국한된다.
그나마 삼성전자 제품은 2D→3D 변환 기능이 있어 아쉬우나마 3D 입체영상을 체험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출시된 3D TV 제품은 삼성을 제외하면 3D 변환 기술을 장착하지 않았다.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은 오는 7월부터 드라마·예능·애니메이션 등 프로그램을 3D로 제작해 66번 채널에서 시범 서비스할 계획이다. 이 역시 앞서 밝힌 일부 시청자에게 제한된다.
지난해 3D 열풍이 불 당시 콘텐츠 업체들과 TV 업체들은 각각 “콘텐츠를 마련해도 이를 시청할 TV가 없다”, “3D TV를 만들어도 콘텐츠가 부족하면 누가 이를 구입하겠느냐”며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식의 신경전을 벌여왔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3D 산업을 위해 정부와 제조업체, 콘텐츠 업체 모두의 노력과 선투자가 필요하다”며 “국내 제조사들이 3D TV를 출시한데 이어 지상파 시범 서비스가 시작된 만큼 이를 대중에 널리 보급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한편 국내 지상파 3D 시범서비스는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기존 블루레이 방식과 달리 방송국에서 송출한 두장의 영상을 TV에서 인식해 이를 3D로 변환하는 ‘사이드 바이 사이드’ 방식이기 때문에 최적화 작업이 관건이다. 업계에 따르면 19일 시범 방송을 시청한 가구 가운데 특별한 불만이 제기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여의도광장에서 대형스크린을 통해 육상경기를 시청한 김종석씨(32)는 “입체감이 생각보다 뛰어나 현장감이 느껴졌다”며 “월드컵 경기를 대형 장소에서 3D로 방영하면 일반인들의 더욱 큰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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