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심재진 기자) 주식시장이 악성 루머로 멍들고 있다. 남유럽 재정위기 탓에 투자심리가 극도로 얼어붙으면서 아무런 근거도 없는 소문 하나에 회사나 투자자 모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이나 인수ㆍ합병(M&A) 대상으로 거론돼 온 기업이 가장 심각한 피해를 본 사례일 것이다. 물론 과거에도 증시를 맴도는 루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강세장이나 약세장 가릴 것 없이 시장에는 언제나 출처 모를 소문이 나돌았다.
문제는 예전보다 훨씬 커진 영향력과 확산 속도다. 누구나 인터넷 메신저나 트위터에 접속해 루머를 만들 수 있게 되면서 개별 기업은 물론 업종 전체가 통째로 휘청거리는 일도 부지기수다. 요즘은 정부 기관이나 특정 금융사를 거짓으로 인용하는 탓에 사실인지 루머인지를 구별하기도 어렵다. 사실무근이지만 금융당국발로 포장되면서 금융시장 전체가 마비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루머로 피해를 본 대표적 기업이 두산이다. 이 회사 주가는 자금 악화설 확산으로 연중 고점대비 40% 가까이 밀렸다. 회사가 직접 나서 사실무근인 루머를 퍼뜨린 세력을 찾아 법적 조치하겠다고도 밝혔으나 한 번 돌아선 투자심리는 되돌릴 수 없었다. 오히려 자회사 밥캣이 유상증자를 실시할 것이란 소문까지 돌면서 하락폭은 더욱 커졌다. 최고경영자가 투자자에게 일일이 이메일을 보내 해명도 해봤지만 허사였다. 한 번 무너진 주가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악성 루머 탓이라고 하더라도 회사 역시 지속적 기업설명회(IR)로 투자자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상황을 투명하게 밝혀 온 기업은 루머도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있더라도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는다. 루머가 많은 기업 또한 그럴 만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다. 평소 신뢰를 못 쌓았는데 어려울 때만 해명한다고 투자자가 쉽게 믿을 리 없다. 루머로 인한 주가하락 정도는 회사 신뢰도를 나타내는 척도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jjsim@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