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고득관 기자) 전세보증금의 압류를 제한하는 민사집행법 개정안이 발의되자 제2금융권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전세보증금 대출을 취급하고 있는 곳은 서민금융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24일 정치권과 제2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영선 의원(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민사집행법 개정안이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되고 있다.
개정안은 채무 불이행 상황에서 압류할 수 없는 채권에 전세보증금을 삽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수도권 중 과밀억제권역은 2000만원, 광역시는 1700만원, 기타 지역은 1400만원까지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이 법안은 참여연대가 지난해 11월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국회에 청원한 법안을 박영선 의원이 수용한 것이다.
박영선 의원실 관계자는 "경제 불황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임차인들이 과중채무 상태에 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전세보증금에 대한 강제집행도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주거 건물에 대한 보증금의 강제집행이 이뤄질 경우 임차인이 주거지를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말했다.
제2금융권은 이 법안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제집행을 통한 채권 회수가 힘들어져 리스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채권 회수가 어려워지는 만큼 서민층에 대한 대출이 축소되고 금리도 올라가게 돼 결국 임차인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임차보증금이 2000만원 한도 이상인 경우에는 개정안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게 되는 문제도 있어 금융회사나 고객 입장에서 모두 불필요한 규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전세보증금 대출을 운영하고 있는 금융회사는 더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000만원 이하의 전세보증금은 담보 가치가 사라져 전세보증금 대출이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전세보증금 담보 대출을 취급하는 곳은 현대캐피탈, 신한캐피탈, 솔로몬저축은행, 현대스위스저축은행, 토마토저축은행, HK저축은행 등이다.
이들 금융회사는 전세보증금의 60~80% 가량을 담보로 책정해 6~10%대의 금리로 대출을 해주고 있다. 업계는 법안이 통과되면 대출 한도가 전세보증금 가운데 2000만원 가량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상품 설계가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전세보증금 대출이 서민들을 위한 저금리 담보대출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 법안은 서민금융 활성화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아직 법안이 통과된 상황이 아니라서 향후 논의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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