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방영덕 기자) 국내 은행들이 금융 당국의 예대율 규제 등으로 대출 운용처가 마땅치않자 채권·증권 등 유가증권으로 투자처가 쏠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민·신한 등 그동안 가계대출에 집중하던 은행들의 증가세가 두드러졌으며, 은행 전체 잔액은 역대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개 주요 시중은행들이 보유한 유가증권 잔액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140조5939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10조5368억원(약 8%) 증가했다.
올 1분기 유가증권의 평균 잔액이 가장 큰 곳은 신한은행이며 45조4095억이었다. 이어 국민은행 42조9127억원, 우리은행 30조8968억원, 하나은행 21조3748억원 순이었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대비 14.8%의 증가세를 보여 시중은행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단기매매증권이 지난해 말 2조3200억원에서 5조25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매도가능증권 규모가 22조원에서 25조원으로 뛰어올라 자금 단기 운용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우리은행은 2.1%, 하나은행은 0.35% 각각 증가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유가증권의 규모가 증가한 것은 올 초 특판 상품의 판매가 늘며 잉여 자금이 증가한 것에 기인한 바 크다"며 "일종의 투자 확대 차원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도 "요즘 같이 예금 유입이 꾸준하지만 대출 운용처가 마땅치 않은 시기에는 유가증권을 주로 구입한다"고 말했다.
국내 4대 은행의 대출잔액은 예대율 규제 및 대출 수요 감소 등의 이유로 올 1분기 591조5300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612조3900억원) 보다 20조8600억원 감소했다.
다만 은행들이 단기 투자 수익에 열중 할 경우 투자의 불안전성을 키우고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침체 등으로 은행권의 주력상품인 대출 판매가 감소하자 불가피하게 유가증권의 규모가 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단기매매증권 등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은행권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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