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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 북풍 이긴 노풍...사실상 한나라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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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6-03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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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초 11곳 석권 가능 여론조사와 달라 40대 유권자 변화가 야권에 힘 실어줘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선거 성격을 띤 6.2 지방선거는 사실상 집권여당의 패배로 귀결되는 모습이다. KBS 등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한나라당은 전체 16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무려 9곳에서 야당 후보에 패하거나 경합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개표가 완료된 3일 오전 7시 현재 텃밭인 경북과 대구, 부산, 울산 등을 제외하고 경기에서만 안정 당선권에 근접한 결과로 이어졌을 뿐 서울시장에서는 오세훈 후보가 한명숙 민주당 후보에 2만여표차의 신승이 예상된다. 초경합지역으로 분류된 서울을 제외한 곳에서 사실상 전패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호남과, 대전, 제주를 제외한 11곳 석권이 가능하리라는 여론조사가 오히려 집권여당의 독주를 우려하는 민심의 견제심리를 자극한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이로써 이번 지방선거 승리를 계기로 집권 후반기 정국을 보다 힘있고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려던 정부와 여당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표심은 한마디로 천안함 사태로 야기된 안보불안이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뒤집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른바 '북풍(北風)'의 파괴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천안함 사태가 집권여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보수표의 결집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일거에 무너졌다.

반대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를 전후해 불기 시작한 '노풍(盧風)'이 위력을 발휘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연령대별 유권자의 표심이 어떻게 나타날지가 관심사로 부각돼 왔다. 종전 선거에서는 안정을 원하는 50대 이상 유권자의 투표율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고 이번 선거에서도 이같은 추이는 지속됐지만 주목할 점은 40대의 표심의 향배였다. 결과적으로 40대 유권자들이 변화를 선택하면서 경합지역에서 야권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당초 선거 직전까지 이어진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3곳에서 집권여당이 승리할 것으로 예견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이같은 예측은 보기 좋게 무너졌다. 한나라당은 최대 승부처인 서울에서 조차 20% 내외의 우세를 보일 것이라던 예측조사와는 달리 0.2%포인트 초경합 양상을 보여 불안감을 드리웠다.
 
경기 지사 선거에서 야5당 단일후보인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를 5% 포인트 누르고 당선된 게 그나마 위안꺼리가 될 정도이다. 이 또한 당초 20% 내외 표차가 크게 줄어든 것이어서 개표 종료까지 마음을 졸였다. 현직프리미엄이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선거 막판까지 오차범위 내 열세로 평가되던 인천에서는 일부 여당 정치인이 '천안함 사태가 인천 앞바다에서 발생한 게 다행'이라는 발언이 선거에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지적된다. 북한과 인접지역인 수도권에서의 안보불안심리를 자극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거센 역풍을 몰고 온 것으로 보인다.

집권 여당은 지난 대선과 18대 총선에서 수도권에서 압승을 거둔 바 있다. 전통적으로 야심(野心)이 강했던 이 지역의 보수화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또다시 반전됐다. 강원 지사 역시 노심(盧心)을 뒤에 엎고 이광재 민주당 후보가 이계진 한나라당 후보를 누른 것도 이변 중의 하나로 평가된다. 막판까지 선전하기는 했지만 그동안 워낙 여권 강세가 컸던 지역이라는 점에서 여권으로서는 뼈아픈 결과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대리전 성격으로 관심을 모았던 경남지사는 이번 선거의 중요한 관전포인트 중 하나였다. 현 정부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한 이 지역에서 선거 막판까지 엎치락 뒤치락 하는 혼전양상이 계속돼 최대 이변 지역이 되리라는 관측이 현실화된 것은 이번 선거의 최대 이변 중의 하나로 평가된다. 되짚어 보자면 뿌리깊은 영·호남의 지역구도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세종시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는 충청지역 광역단체장 선거는 이번 선거의 압축판이었다.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이 충청지역 3곳 광역단체장 모두 완패하면서 정국이 한치앞을 모르는 혼돈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친 MB 성향의 여당 의원들은 이번 충청지역 선거 결과를 발판으로 여당 내 친박계열과 범야권의 거센 반대를 물리치고 세종시 수정안 관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같은 계획도 원점으로 회귀될 가능성이 커졌다.

나아가 4대강 사업을 가속화할 수 있는 추진력에도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정부가 집권기간에 마무리지으려던 각종 국책사업들이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좌초될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도실용주의'를 표방해 온 현 정부의 정책기조가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데 실패한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선거결과에 관계없이 국정운영에 매진하겠다는 방침을 이미 천명한 바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일자리 창출 지속추진과 재정건전성 확충이 관심사다. 특히 정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증세와 각종 비과세·감면 축소 등에 대대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출구전략의 시행시기는 최소한 연말까지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도 정부는 오는 11월로 예정된 서울 G20 정상회의 전까지는 확장적 거시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정치적으로는 대통령 중임제 등으로의 권력구조 재편논의 등 개헌논의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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