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인구 800만 스위스의 연간 초콜릿 소비량 7600만kg. 초콜릿의 블랙홀 미국의 연간 초콜릿 소비량 14억kg에 달한다. 이에 반해 인구 13억 중국의 연간 초콜릿 소비량은 6650만kg으로 1인당 50g에 불과하다.
달콤쌉싸름한 맛으로 전세계인의 입맛을 중독시킨 초콜릿 회사가 중국이라는 거대소비시장 공략에 안달이 났다.
'맛'에 있어 비교적 보수적이고 자부심이 강한 중국 소비자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많은 다국적 초콜릿 브랜드가 중국에서 '단맛' 전파에 나섰다 오히려 '쓴맛'을 봤다.
인구가 전 세계 5분의 1에 달하지만 초콜릿 소비량은 2%밖에 되지 않는 중국. 중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길들이고 그들의 지갑을 열기위한 전 세계 빅5 초콜릿 브랜드의 '눈물겨운 중국시장 공략기'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지난 2일 소개했다.
위풍당당하게 중국에 진출한 페레로·캐드버리·허쉬·네슬레·마즈 등 글로벌 빅5 초콜릿 브랜드는 중국 시장에서 처참한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수입한 초콜릿이 항구에 도착하면 거쳐야 하는 ▲복잡한 통관절차 ▲운송트럭 부족으로 인한 운송지연 ▲에어컨은커녕 커튼 하나 없이 신문지로 햇빛을 차단하도록 만든 임시 컨테이너 보관창고 ▲에어컨 없는 봉고차·세발 오토바이나 자전거 등 열악한 운송수단 ▲전기세가 많이 나올까 겁나 낮에만 에어콘을 가동하는 판매업체 등등. 어딜 가나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초콜릿을 도저히 온전히 보관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과 시설뿐이었다.
여기에 중국인들의 소비습관 역시 구미 지역과 천지차이였다. 미국 소비자들이 슈퍼마켓 카운터 옆에 진열되어 있는 초콜릿을 집어서 쇼핑 카트에 넣는 시간은 단 1분. 그러나 중국인들은 초콜릿을 집어서 중량·가격·성분까지 확인하고 나서도 다시 진열대에 갖다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어려서부터 초콜릿에 익숙한 미국인과 초콜릿에 생소한 중국인의 소비 성향은 다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잇따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다국적 초콜릿 브랜드에게 중국은 포기하기엔 너무 거대한 시장이었다.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해결책을 찾아 나갔다.
마즈 사는 중국의 열악한 환경과 시설 속에서도 녹지 않는 ‘갑옷 입힌’ 초콜릿을 출시했다. 바로 M&Ms다. 딱딱한 초콜릿 껍질로 감싸져 있는 M&Ms는 중국의 찜통 같은 더위에도 녹지 않을 수 있었다.
네슬레 사는 에어컨을 운송설비마다 설치해야 하는 비용을 떠안기보다는 초콜릿 우유·커피처럼 다양한 기호식품을 출시해 중국인들에게 한 발짝 다가갔다. 또한 비스킷 겉면에 초콜릿만 살짝 입힌 킷캣(KIT KAT)바를 출시해 유통 상의 어려움을 극복했다.
허쉬는 아직 초콜릿이 생소한 중국인들을 위해 키세스(KISSES)를 시장에 내놓았다. 초콜릿 덩어리 하나를 통째로 다 먹기 부담스러운 중국인에게 초콜릿 하나하나를 개별 포장한 키세스는 최고의 인기상품이었다.
페레로는 다른 브랜드와 달리 중국 고급 소비층을 겨냥했다. 특히 빛나는 금색포장으로 예쁘게 포장된 페레로 로쉐는 중국인들이 자주 애용하는 최고의 선물용 초콜릿이 되었다.
글로벌 업체의 피나는 노력에 힘입어 비록 13억 인구 숫자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1980년대 1억 명에서 1990년대 2억 명,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는 3억 명으로 서서히 초콜릿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서양 소비자와 기타 시장과 다른 특수성을 이해하고, 각종 물리적 환경을 개선해 나가면서 초콜릿 브랜드의 중국시장 공략이 점차 효과를 본 것이다.
오늘 날 유럽 시장에서 초콜릿 매출 증가율이 연 1%~2%로 정체돼 있는 것과 달리 이제 중국시장의 초콜릿 매출 증가율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국제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은 지난 5년간 중국에서 초콜릿 업체의 매출은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중국식품산업망도 지난 2009년 말 중국경제 발전 및 소비수준 향상에 따라 향후 10년간 중국 초콜릿시장은 매년 20% 속도로 급성장 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이제 과거와 달리 중국 슈퍼마켓 어디에서도 외국 초콜릿 브랜드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글로벌 5대 초콜릿 브랜드의 중국 내 시장점유율은 무려 70%에 달한다.
페레로 로쉐는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모조품까지 제조되었다.
80년대부터 시작된 글로벌 초콜릿 브랜드의 중국을 향한 달콤한 유혹에 중국 소비자들도 서서히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baeins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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