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헝가리가 제2의 그리스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지난달 말 출범한 헝가리 새 정부내에서 이전 정부가 재정적자 통계를 조작해 제2의 그리스 운명을 피하기 어렵다는 발언이 쏟아지면서 글로벌 증시는 또 다시 술렁였다.
새 정부가 현 국가 재정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꾸린 재정실상조사팀을 이끈 버르거 미하이 국무장관은 지난 30일 "올해 재정적자가 최대 국내총생산(GDP)의 7.5%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파장이 일기 시작했다.
지난 정부가 물러나기 직전, 국제통화기금(IMF)과 합의한 올해 목표(GDP의 3.8%) 달성이 순조롭다고 말한 것과 극명한 차이가 났다.
이어 코사 레이오스 피데스 부의장도 지난 3일 "그리스 상황을 피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새 정부의 우선 목표는 국가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를 피하는 것"이라고 말해 디폴트 우려까지 낳았다.
게다가 페테르 스지자르토 헝가리 총리 대변인이 전날 "헝가리가 디폴트에 처할 수 있는 전망은 과장된 것이 아니다"라고 언급하면서 시장의 디폴트 우려를 증폭시켰다.
헝가리 새 정부 관료들의 잇딴 디폴트 우려 발언으로 글로벌 증시도 술렁였다.
이날 미국 주식시장에서 다우지수는 전일에 비해 3.15% 하락했고 나스닥지수 3.64%,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3.44% 등 큰 폭으로 떨어졌다.
유럽 주식시장에서도 프랑스 CAC40지수가 2%대, 영국 FTST지수와 독일 DAX30지수가 1%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에 헝가리 정부는 뒤늦게 디폴트 우려 진화에 나섰다.
버르거 장관은 5일 기자회견에서 "디폴트 가능성을 언급한 발언들은 과장된 것"이라며 "만일 그런 발언이 동료에게서 나왔다면 이는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 상황이 나아졌고, 올해 재정적자 목표치는 지켜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이전 정부가 세운 2010년 예산에는 수많은 심각한 거짓말과 눈속임이 들어 있다고 확인, 재정적자가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나쁜 상황임을 털어놨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의 크리스틴 린도우 부사장도 "최근 헝가리 정치인들의 발언은 과장된 것"이라며 "헝가리는 제2의 그리스는 아니다"고 말해 디폴트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가라앉히기 위한 발언을 내놨다.
그러나 금융시장이 궁금해하는 '수치'가 공개되지 않으면서 불확실성이 계속 금융시장을 지배하면서 디폴트 우려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그리스처럼 '통계불신'에서 디폴트 우려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그리스 정부가 수차례 내놓은 긴축 대책들에 대해 투자자들이 번번이 의구심을 털어내지 못했던 '끊임없는 불신'이 재연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디폴트 우려에 올해 재정적자 목표 달성을 위한 긴급한 대책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내주 초 헝가리 정부가 발표할 경제정책 실행계획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긴축 기조를 끝내겠다고 공약해온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지난 3일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과 면담한 뒤 "재정적자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헝가리 경제는 지난해 서유럽 경기침체와 긴축 조치 등에 의해 마이너스 6.3% 성장을 나타냈다. 이는 체제전환 직후인 1991년 이래 최악의 침체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부터 회복세를 타기 시작한 경제가 올해에는 0.5% 성장할 것이라는 게 이전 정부 전망이었다.
EU는 올해 헝가리의 재정적자를 GDP의 4.1%, 정부부채는 79%로 각각 전망하고 있다. 이는 EU 평균치인 'GDP의 6.3%', 'GDP의 84%' 등보다 낮은 수준이다.
물러난 과도정부는 지난해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부가가치세율 20%→25% 인상 등의 세금인상과 공기업 예산지원 축소 등 강도 높은 긴축안을 이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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