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헝가리에서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유럽 재정위기 확산에 대한 공포감이 또 다시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페테르 스지자르토 헝가리 총리실 대변인은 지난 4일(현지시간) "헝가리 경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grave situation)'에 처했다"며 "디폴트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여당인 피데스(Fideszㆍ청년민주동맹)의 라요스 코사 부의장은 전날 "헝가리가 그리스 처지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일련의 발언이 전해지자 지난 주말 미국과 유럽 금융시장은 심하게 요동쳤다.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3% 이상 급락, 다우지수는 1만선이 무너졌다. 영국 FTSE100지수와 프랑스 CAC40지수, 독일 DAX30지수는 1.6~2.9%대의 낙폭을 기록했다.
유로화 가치도 급락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이날 유로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5% 떨어진 1.1967달러를 기록, 4년여만에 1.20달러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이로써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올 들어 9.2% 하락했다. 헝가리 포린트화 가치 역시 지난 이틀간 유로화에 대해 4.8% 급락했다.
그리스와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남유럽 재정불량국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 역시 덩달아 급등했다. CMA데이터비전에 따르면 이날 5년물 그리스 국채에 대한 CDS 스프레드는 783으로 전날보다 57베이시스포인트(bpㆍ1bp는 0.01%) 올랐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이탈리아의 CDS 스프레드도 각각 22bp, 26bp, 30bp 급등, 신용시장의 우려를 반영했다.
헝가리가 정부가 디폴트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재정상태가 당초 알려졌던 것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출범한 새 정부의 재정실태조사팀은 최근 올해 재정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7.5%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헝가리 정부는 이전 정부가 재정적자 수치를 조작했다고 비난했다. 새 정부 출범 전 과도정부는 지난해 재정적자 규모는 GDP의 4.0%로 올해는 3.8%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일각에서는 헝가리의 디폴트 가능성이 과장됐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크리스틴 린도우 부사장은 전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헝가리는 그리스와 상황이 다르다"며 "헝가리의 위기 관리 실적은 뛰어나다"고 말했다. 그는 "헝가리 정부가 곧 디폴트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리 렌 유럽연합(EU) 경제ㆍ통화 담당 집행위원도 "헝가리 재정위기는 과장된 측면이 있으며 헝가리가 그리스처럼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5일 지난해 헝가리의 공공부채 규모는 GDP의 78%로 EU 신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지만 EU 회원국 평균치(74%)나 그리스(115%)를 감안하면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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