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헝가리를 포함한 신흥유럽국이 해외에서 빌린 돈 가운데 유럽계 은행 비중은 무려 93.9%에 달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유럽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 이유다.
그러나 증권가는 헝가리 사태에 대한 비관론을 경계했다. 주요 선진국 금융시스템이 붕괴될 것으로 우려했던 2007년 금융위기 때보다는 훨씬 낙관적 상황이라는 것이다.
◆유럽은 금융 증권화 미성숙=유럽은 금융 증권화 면에서 미국보다 덜 진전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은행 자산 구성 가운데 증권 비중만 봐도 미국이 훨씬 높다. 영국과 비유로존 유럽 선진국(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스위스) 은행은 각각 19.4%와 18.4%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미국은 35.8%나 된다.
유럽 국채 역시 미국처럼 복잡한 파생상품화 과정을 거치지 않아 대부분 단순하다.
문제가 불거진 헝가리 또한 정부채무 대비 신용부도스왑(CDS) 순발행 잔액 비중은 4% 수준에 그치고 있다.
가장 비관적으로 부도확률을 10% 수준으로 가정해도 CDS거래에 따른 신용위험 규모는 금융시스템 전체를 뒤흔들 정도로 위협적이지는 않다는 이야기다.
◆세계 경제 영향력도 제한적=헝가리는 그리스에 비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훨씬 작다.
헝가리가 유렵지역에서 빌린 돈은 1400억 달러 수준이다. 이에 비해 그리스는 2700억 달러를 넘어선다. 그리스가 속한 남유럽권 전체 차입 규모는 3조 달러 이상이다. 역시 러시아를 포함한 이머징 유럽 국가를 모두 합쳐도 1조2000억 달러에 불과하다.
그리스 재정위기는 단일통화 사용으로 통화정책을 펴기 어렵다는 악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헝가리는 유로 통화동맹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도 받고 있다. 유럽 밖에 있는 국제기구로부터 이미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 헝가리 재정상태는 유럽연합(EU) 평균보다 양호하다.
헝가리 적자와 부채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각각 4.1%와 79.0%다. 이에 비해 EU 평균 적자와 부채는 GDP 대비 각각 6.3%와 84.0%로 헝가리보다 사정이 나쁘다.
◆국내 증시 영향도 제한적=헝가리 사태가 단기적 악재임에는 분명하지만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됐다.
이날 금융감독원은 4월 말 현재 국내 금융회사에 대해 헝가리에 대한 익스포져(위험노출)가 모두 5억4000만 달러로 전체 대외 익스포져(533억 달러) 대비 1.0%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간접적 영향을 배제한 직접 노출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다만 단기적으로 투자심리 위축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재정위기 이후 유럽 국가 전반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상태에서 헝가리마저 시장에 충격을 줬다"며 "단기적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조정이 단기에 그친다면 이를 저점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헝가리 리스크가 증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주가 조정시 저가 매수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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