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인동민 기자)
더 화려하고 더 당당하게 돌아온 캐리와 친구들의 만남과 이별, 과거와 현재. 더 과감해진 그녀들의 섹스와 연애, 사랑과 우정에 관한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됐다.
‘섹스 앤 더 시티’는 1998년 첫 방영 이후 12년간 6개 시즌과 한편의 영화를 거치며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사람들이 매주 TV 앞에서 기다리거나 극장에 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작품 속의 주인공들과 동일시하며, 강렬한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바로 섹스 앤 더 시티의 매력이다.
이렇듯 유머와 우정, 패션 감각으로 대변되는 섹스 앤 더 시티가 돌아왔다. 뉴욕을 배경으로 캐리(사라 제시카 파커), 사만다(킴 캐트럴), 샬롯(크리스틴 데이비스), 미란다(신시아 닉슨)의 바쁜 삶과 사랑을 좇는 건 여전하지만 결혼 맹세 후 달라진 주인공들의 인생을 조명한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전통이나 관습에 메이지 않는다.
알파 우먼인 미란다는 먼저 아이를 낳은 후 식을 올렸다. 샬롯은 유대교로 개종하고 아시안계 딸을 입양했다. 사만다는 모든 이성 관계를 청산하고 싱글 선언을 하고, 캐리는 미스터 빅과의 관계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는 프리랜서 작가다. 그렇다면 이제 주인공들이 원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졌을까?
인생에 고작 몇 개의 놀라운 사건만 있다면 섹스 앤 더 시티라고 할 수 없다. 2008년 1편이 개봉한 후 2년 후인 2010년 개봉한 후속작의 내용 역시 1편으로부터 2년이 지난 시점을 배경으로 한다. 뉴욕뿐만 아니라 태양이 작렬하는 이국의 공간에서 네 친구들이 결혼과 모성 등 전통과 관습에 맞서 자신을 찾는 여정이 펼쳐진다.
영화 초반에 네 주인공은 각자의 ‘여성’ 역할에 답답함을 느낀다. 먼저 ‘아내’라는 타이틀과 ‘미세스’라는 호칭은 캐리에게 싱글 여성들을 대변해온 작가로서의 커리어는 물론 정체성에 영향을 미친다. 뉴욕 최고 로펌 소속의 변호사인 미란다는 자신의 능력과 열정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로막는 벽을 느낀다. 완벽한 어머니가 되길 꿈꾼 샬롯은 자신이 ‘완벽’과는 거리가 멀다는 현실을 깨닫게 된다. 열정적이고 솔직한 사만다는 폐경기를 맞지만 자연 순리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옛 생각에 굴하고 순응하지만은 않는다.
이러한 현실적인 주제를 담으면서도 가장 이국적인 휴가를 통해 영화가 가진 환상을 강화시켰다. 가장 현대적이면서 동시에 강한 전통과 관습이 살아 있는 아랍에미레이트를 배경으로 택하게 됐다. 이는 주인공들이 꿈에서나 보았을법한 삶을 경험하고 덕분에 관객들은 현실을 벗어나 근사한 세계를 상상할 수 있게 되는 섹스 앤 더 시티의 미덕을 고스란히 되살린 것이다.
섹스 앤 더 시티에 대한 관객의 동질감은 비록 네 주인공들이 보통 이상의 화려한 일상을 살지만 그들의 내면만큼은 주인공 캐리의 내레이션을 통해 인간적이고,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데서 시작한다. 2편 역시 ‘그 후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라는 결말이 오늘날에도 적용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으로 관객들과 소통을 시작한다.
2편에서 캐리는 캐리 브래드쇼이자 ‘프레스턴 부인’으로서 결혼 생활에 불안정함을 느끼고 결혼 생활에 대한 새 에세이 ‘I Do, Do I?’를 통해 결혼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는다. 시리즈를 통해 캐리와 미스터 빅은 격렬하고 드라마틱한 사랑을 10년간 지속했고 2년의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지만 싱글로서 오랫동안 글을 쓰다가 결혼이라는 새 주제에 대해 처음으로 글을 쓰기 때문에 캐리도 이 주제를 잘 모른다는 것이 문제다.
미란다는 거만한 남성 우월주의자 보스를 만나 좌절과 회의를 느낀 후 이제 핸드폰을 내려놓고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냉소적이고 방어적인 인물인 미란다에게 행복한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이 더해지고 세 친구들을 조율하고 정서적으로 감싸주는 성장을 보여준다.
아내이자 엄마인 샬롯은 시리즈 전체에 걸쳐 완벽에 대한 강박을 가진 자신과의 싸움을 펼쳐왔다. 이제는 아기가 인생의 가장 큰 도전이 된다. 특히 두 아이를 돌보기 위해 고용한 보모가 대단히 매력적이고 브래지어 따위는 입지 않는 여성이기 때문에 새로운 난국을 맞는다. 자유 분방한 쾌락주의자인 사만다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인생을 살아왔지만 노화와 폐경기에 주춤하게 된다. 흔히들 폐경기에 관해 부정적이지만 영화는 인간적이면서 유머러스하게 접근한다. 사만다는 인생을 엄청난 열정으로 살고 자신의 성적 매력에 큰 자신감을 갖고 매 순간 그것을 즐긴다.
이렇듯 네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특별한 동시에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누구에게 공감하든, 혹은 누구와 유사한 실제 친구가 있든, 관객은 이들의 정서적 여정에 함께 할 것이다. 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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