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이 최근 공모를 실시한 '히든챔피언 1호 기업인수목적회사'는 최종 경쟁률 0.661대 1을 기록했다. 스팩 도입 이후 첫 청약 미달 사례다.
주관사 삼성·메리츠종금증권은 실권주를 떠안았다. 두 회사는 실권주 393만7495주(24.46%)를 각각 8대 2 비율로 나눠 주당 2000원에 인수했다. 삼성증권이 63억원을, 메리츠종금증권은 17억원을 부담한 것이다.
이는 세 달 전인 3월 미래에셋·대우증권 스팩 청약률이 163대 1과 87대 1을 기록했던 점과 대조적이다.
게다가 공모를 미루거나 아예 청약을 철회하는 스팩까지 나오고 있다.
대신증권 그로쓰알파 스팩은 10~11일 예정된 일반 공모 청약을 철회했다. 앞서 진행한 수요예측 성적이 예상보다 저조한 탓이다.
교보증권과 KTB투자증권도 전달 공동 추진했던 스팩 공모를 연기했다.
한국투자 신성장동력1호 스팩도 사정은 비슷하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일반 공모 진행 여부를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불똥은 한국거래소로 튀고 있다. 스팩에 투자자가 대거 몰리면서 규제를 강화한 탓에 공모 자체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으로 몰렸다는 것이다.
실제 거래소는 1~2주에 불과했던 스팩 예비심사 기간을 최근 3~4주로 대폭 늘렸다. 여기에 선발 스팩 주가가 규제강화 이후 약세로 돌아서면서 후발 스팩도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불만도 나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임원 결격사유와 발기인 구성, 스팩 구조를 전보다 훨씬 면밀하게 보고 있다"며 "일반기업과 달리 현금만 있는 페이퍼 컴퍼니를 놓고 도입 초기와 현재 심사기간이 다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물론 스팩 공모가 다시 활기를 찾으려면 당초 설립 목적인 인수·합병(M&A)을 가시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초기 이상 과열에서 벗어나 오히려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스팩이 약세로 돌아서면서 과열 경쟁을 완화하고 있다"며 "이달 들어 선발 스팩이 본격 M&A에 작업에 돌입하면 시장 여건도 호전될 것"이라고 전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스팩 도입 초기에는 준비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이후 새로운 구조를 가진 스팩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점검사항도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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