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을 통해 조작을 폭로한다"

  • 북한 실상 조롱하고 왜곡하는 신진작가 백승우씨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블로우 업(Blow up)'작업을 하면서 마치 새로운 걸 발굴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2001년 평양에서 촬영한 오래된 필름을 보다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 부분을 잘라서 확대해보고 또 편집하면서 다시 한번 조작을 한거죠."

지난해 제1회 일우사진상에서 '올해의 주목할만한 작가'로 선정된 백승우(사진·38)씨는 '블로우 업' 시리즈를 '조작을 통해 조작을 폭로한다'고 한마디로 설명했다.

   
 
제1회 일우사진상 수상자인 백승우씨가 다음달 7일까지 일우스페이스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사진 제공 : 일우스페이스)
"평양은 마치 트루먼쇼의 세트장 같아요.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차림의 여자가 조깅을 하며 지나가죠. 이러한 느낌이 제 작업의 바탕에 깔려 드러나는 것 같아요. 북한은 사진기자가 사진을 찍으면 저녁때 모두 회수해가요. 그리고 검열을 거쳐 돌아오는 사진은 몇 장 뿐이죠."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조깅하는 여성, 야마하(YAMAHA)의 영문 표기, 담배피는 북한 군인등은 원래 북한이 공개하지 않는 모습들이다.

어쩌면 스쳐지나갈 수  있는 모습들을 작품 속에 배치한 그는 조작된 사진을 또 조작해 조롱하고 왜곡한다. 특히 '유토피아'는 북한이 믿고 싶어하는 그들의 모습에 더 많은 판타지를 부여한 작품이다.

"10층 짜리 건물은 30층으로 만들기도 하고 같은 건물을 연이어 붙이기도 했죠. 현실과 비현실 또는 우리가 현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섞여진 장면에 대한 관심이 제 작업의 뼈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블로우 업'은 확대 뿐만 아니라 '폭로', '폭발'을 의미한다며 여러 곳에서 폭탄이 터지는 장면을 담은 연작 시리즈도 공개했다.

다음달 7일까지 한달간 열리는 이번 전시는 블로우 업, 유토피아 시리즈를 포함해 약 35점의 작품을

   
 
Utopia-#11, 150 x 205 cm, 2008
선보인다.

일우사진상은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미래가 유망한 사진작가를 발굴해 국제적 경쟁력을 지닌 세계적인 작가로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제정했다.

컬러 사진의 거장이자 천재 사진가로 명성 높은 스테판 쇼어(Stephen Shore)와 뉴욕 소재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사진부문 큐레이터인 제프 로젠하임(Jeff Rosenheim)등 심사위원을 거쳐 지난해 백승우씨와 김인숙씨가 선정됐다.

일우사진상 디렉터 신수진 연세대학교 사진심리학 교수는 "백승우가 작품을 통해 폭로하고자 하는 것은 숨겨진 것이 아니라 조작과 은폐, 그 자체"라며 "당시 심사위원들로부터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의 특이한 정치적 상황에 대한 의식이 매우 독창적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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