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올 들어 은행권의 펀드 잔액 및 계좌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주가가 오르면서 차익실현을 위한 환매가 급증한 데다 유럽발 재정위기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펀드 잔액 및 계좌수에서 은행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반면 증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증가해 펀드 판매회사 이동제가 은행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펀드 잔액은 지난 1월 말보다 최대 7% 가량 감소했다. 계좌수도 6% 이상 줄어들었다.
우리은행의 감소폭이 가장 컸다. 5월 말 기준 우리은행의 펀드 잔액은 9조4457억원으로 1월 말보다 6.73% 줄었다. 같은 기간 계좌수도 202만8000좌에서 190만7000좌로 5.96% 감소했다.
국민은행 펀드 잔액은 28조1206억원에서 26조4542억원으로 5.92% 떨어졌으며, 계좌수는 352만7000좌에서 333만4000좌로 5.5% 줄었다.
신한은행의 펀드 잔액 및 계좌수는 각각 3.11%와 3.77% 감소했다. 하나은행은 펀드 잔액이 2.10% 줄어드는 데 그쳤다. 올 초 펀드 판매 프로모션을 적극적으로 진행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의 펀드 담당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가 올 들어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자 펀드 환매 수요가 급증했다"며 "환매 물량은 많은데 신규 가입 건수는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 잔액 및 계좌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펀드 판매 규정이 강화됐다"며 "월 납입액이 10만원인 적립식 펀드를 하나 팔기 위해 40분 정도 상담을 해야 하니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체 펀드 판매회사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펀드 잔액 중 은행 비중은 지난 1월 말 37.16% 수준이었으나 4월 말에는 33.98%로 뚝 떨어졌다. 반면 증권사 비중은 54.82%에서 58.29%로 껑충 뛰었다.
펀드 계좌수는 4월 말 현재 은행 비중이 64.81%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1월 말(65.15%)보다는 0.34%포인트 감소했다. 증권사 비중은 1월 말 32.19%에서 4월 말 32.53%로 늘었다.
김지택 금융투자협회 집합투자시장팀장은 "은행 고객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한 반면 증권사 고객은 투자 성향이 공격적"이라며 "그 동안 은행에서 고객들을 대상으로 '묻지마' 펀드 판매를 했었지만 자본시장법 시행과 금융위기 등으로 고객들이 더 이상 펀드를 찾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말부터 시행된 펀드 이동제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김 팀장은 "고객이 펀드 판매회사를 맘대로 갈아탈 수 있는 펀드 이동제가 은행권 펀드 비중 축소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실제로 지난 1~2월에는 은행에서 증권사로 넘어오는 고객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는 "펀드에 대한 상담 능력이나 부가서비스 등에서 은행과 증권사의 차이가 거의 없다"며 "오히려 올 들어 증권업계가 펀드 마케팅을 강화한 것이 더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gggtttppp@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