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엄윤선 기자)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태를 놓고 영국 석유회사인 BP에 책임을 추궁하며 비난의 수위를 높임에 따라 미국과 영국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원유유출 차단 작업에 진척이 없자 "빌어먹을 구멍을 막아버려"라고 분노를 표출한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BP의 토니 헤이워드 최고경영자(CEO)를 가리켜 "나라면 그를 해고했을 것"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 오바마 대통령의 강경 발언에 영국 재계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이 영국에서 역풍이 불러올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경영자협회(IoD)의 마일즈 템플먼 사무총장은 "이런 정치적 수사는 부적절하다"며 원유유출 사태가 영국 업계에만 한정된 사건으로 보여지면서 영국 기업들에 대한 편견을 우려했다.
BP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비난은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발언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BP의 책임을 부각시켜 '희생양'으로 만들고는 이번 원유유출 사태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비난 여론을 피해가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영국 신문 텔레그래프는 이날 인터넷판에서 대부분의 영국 연기금이 BP의 주식 배당금에 의존하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BP 주가가 하락하면 궁극적으로는 연금 생활자들의 삶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지적했다.
원유유출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4월 1220억파운드에 달했던 BP의 주식시장 가치는 최근 490억파운드나 줄어 이 같은 우려를 부추겼다.
ING 애널리스트인 제이슨 케니는 "미국계 석유회사 옥시덴털이 과거 167명이 사망한 사고를 냈을 때 영국의 대응과 이번 원유유출 사태의 미국의 대응을 비교하면 천지 차이"라며 "미국의 반응은 병적(hysterical)이다"라고 평가했다.
영국 신문 가디언은 이날 인터넷판에서 BP의 헤이워드 CEO는 오바마 대통령의 비난으로 인해 "상냥하고 유능한 지질학자에서 미국의 공적 1호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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