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차현정 기자)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김일성 부자와 북한 체제에 대한 찬양이 주류를 이룬 북한 미술 전시회가 개최되면서 정치 선전의 도구로 전락한 작품을 대규모로 전시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관한 논란이 일고 있다고 영국의 BBC 방송이 보도했다.
빈의 응용미술박물관(MAK)은 지난달 19일부터 `김일성 주석께 드리는 꽃(부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미술과 건축)'이라는 제목의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MAK는 오는 9월5일까지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상화, 선전 포스터, 평양의 주체사상탑 모형과 건축 도면, 사진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김일성·김정일 초상화 16점의 경우 국외에서 처음 공개되는 것이라고 MAK 측은 소개했다.
그러나 BBC에 따르면 대부분의 비평가는 북한의 독재 체제 및 인권상황과 관련해 이번 전시회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수년 전 북한에서 사진 전시회를 개최했던 오스트리아 쿤스트할레 박물관의 게랄트 마트 관장은 (예술에 대한) 북한 당국의 통제는 상당하다면서 "북한은 전체주의 국가로, 그들의 예술은 지도자와 체제를 찬양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트 관장은 북한에는 "예술의 자유가 없다"면서 "전시회를 열 자유도, 전시회에서 무엇을 내보일 것인지에 대한 자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제는 아무 설명이나 배경에 대한 논의 없이 이런 전시회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면서 "이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페터 뇌퍼 MAK 관장은 이번 전시회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를 이해하지만 4년을 준비해 성사시킨 이번 행사가 상호 이해를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뇌퍼 관장은 "예술에는 국경이 없다"면서 "예술은 정치 상황을 비롯한 아무 것도 변화시킬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을 통해 사람들은 다소 다른 견해나 새로운 견해를 가질 수도 있고, 다른 방식으로 사물을 이해할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전시회 큐레이터인 베티나 부세 씨도 "작품들이 명백히 이념과 관련돼 있지만 그렇다고 이것들이 예술이라기보다 선전물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우리는 사람들이 좀 더 열린 마음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북한 유화, 수채화, 조선화 등 10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작품 중에는 단순한 자연 풍경, 농촌의 모습 등을 담은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혁명과업 복무'라는 북한 예술의 기능을 잘 보여주는 화려한 색채의 작품들이다.
또 평화롭게 거위나 오리를 키우는 북한 농촌 여성, 꽃밭을 거니는 건강한 모습의 어린이 등 혹독한 기아를 겪은 북한의 실상과는 괴리된 비현실적인 작품이나 김일성 부자에 대한 노골적인 찬양을 담은 작품도 많이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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