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지난 10여년간 전 세계에 값싼 제품을 공급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 그러나 이제 ‘세계의 공장’이라는 타이틀을 다른 나라에 넘겨주어야 할 때가 왔다.
최근 임금인상으로 인한 비용 증가와 위안화 환율 불안 등으로 중국 내 제조업체의 주머니 사정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즈(FT) 중문판이 14일 보도했다.
비즈니스 컨설팅사인 알릭스파트너스(Alix Partners)는 최근 연구보고서를 통해 작년 글로벌 경기불황 속에서 중국은 이미 인도와 멕시코에게 밀려 ‘저임금 생산기지’의 자리를 빼앗겼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도 이제 국민 생활수준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세계의 공장에서 벗어나 지식산업으로 전환하는 과도기로 진입한 것이라고 FT는 설명했다. 과거 일본이나 아시아의 네마리 용이라 불리던 한국·싱가폴·대만·홍콩처럼 말이다.
현재 중국 정부는 나날이 심화되고 있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소득분배 개혁을 ‘12차 5개년 규획(12·5규획)’의 중점사항으로 집어넣을 계획이다. 중국은 내년부터 12·5규획을 시행한다.
또한 최근 주요 제조업종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높이는 등의 조치를 내놓고 있다.
지난 3월 광둥(廣東)성은 최저임금을 20%나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광둥성은 중국에서 수출하는 제품의 3분의 1을 제조하는 최대 생산기지 중 하나다.
이 뿐만이 아니다. 장쑤(江蘇)성·푸젠(福建)성·상하이(上海)·텐진(天津)·샨시(山西)성·산둥(山東)성 등을 비롯한 14개 성·시에서 잇따라 최저임금 수준을 인상하고 있다. 인상폭은 대체적으로 10% 이상이지만 20% 이상 인상한 곳도 있다.
중국인력자원사회보장부는 올해 안으로 20여개 성시에서 최저임금 수준을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기관은 얼마 전 2009년 중국 도농간 소득격차가 1978년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심각한 수준까지 도달했다며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상위10%와 하위10%의 소득격차가 2007년 이미 23배를 넘어선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국내총생산(GDP)에서 노동자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22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등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3월 중화전국총공회(노조 총연맹격) 단체협약부의 장젠궈(張建國) 부장은 "개혁개방 초기인 1983년의 노동자 임금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6.5%였지만 22년이 지난 2005년에는 36.7%로 급감했다"고 말했다.
장 부장은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반발한 노동자들 사이에서 노사분규 사태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이는 중국 사회안정에 심각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근의 임금인상은 단지 팍스콘 자살사건이나 혼다 파업사태로 인해 야기된 중국인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고 FT는 보도했다.
최근 들어 중국 내 제조업체들이 인건비와 세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장을 내륙지방으로 이전하면서 광둥성·상하이같은 연해지역에서는 인력난이 발생하고 있다.
더군다나 농촌의 생활환경이 개선되면서 오히려 물가상승율이 높은 도시 지역에서의 삶의 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도 노동자들이 도시에서 농촌으로 ‘귀향’하고 있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중국 정부는 임금인상이나 노동환경 개선 등의 조치를 통해 노동자를 제조업종으로 유인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심지어 베트남에서 불법으로 중국으로 넘어온 노동자들이 남쪽 지역에서 일용직으로 근무하기도 한다. 현재 중국 내 임금은 베트남보다 2배나 높다.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촉발된 임금인상 움직임은 주변 지역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FT는 보도했다.
베트남 정부도 최근 공무원과 국유기업 직원의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이는 올해 들어 두 차례 인상한 것이다.
캄보디아는 수출효자 업종인 의류업·방직업의 최저임금액을 2배 가량 인상할 계획이다.
홍콩·브루나이·말레이시아 등 지역도 현재 심각한 빈부격차 문제를 겪으면서 최저임금제 도입을 고려 중이다. 이들 지역에는 아직까지 최저임금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내 임금인상 움직임은 빈부격차 해소에 도움이 되지만 중국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60-70년대의 일본이나 90년대 아시아의 네마리 용처럼 중국도 산업 고도화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식산업으로 전환을 꾀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러나 FT는 급격한 임금 인상속도가 기업의 기술개발 속도를 조만간 추월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baeins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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