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저’(円低)의 역습에 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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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6-15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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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하늘·김형욱·이정화 기자) 수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과 경쟁을 벌여왔던 일본 산업계가 최근 엔저 기조를 발판삼아 한국과의 수출전쟁 2라운드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양국은 전자·자동차 등 주력산업이 대부분 겹쳐 오랜 기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700원 대로 하락한 엔-원 환율은 10년 동안 700~1000원 선에서 등락을 반복해 왔다. 그러나 2008년 외환위기 이후 지난해 3월 1616.55원까지 치솟았으며, 최근 1300원을 넘나들고 있다.

여기에 지난 8일 'Mr. 엔저(円低)'로 잘 알려진 간 나오토 신임 총리가 이끄는 새 내각이 출범하면서 일본의 환율정책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나오토 총리는 일본 재무상 재직 당시 "엔화가 좀 더 약세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을 정도로 대표적인 엔화 약세주의자다.

과거 엔저가 지속되는 동안 국내 기업들은 일본과의 경쟁에서 고전해왔다. 실제로 지난 2006년에는 현대자동차 베르나의 미국 출시 가격이 경쟁 차종인 도요타 아우리스보다 900 달러 상당 높게 책정돼 가격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 
 
최근 꾸준히 엔화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일본 정부 정책으로 인한 추가적인 하락도 예상된다. 이와 함께 일본 산업계도 최근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다.

일본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엘피다는 올해 1150억엔을 투자키로 했다. 이는 당초 계획보다 160% 확충됐다. 도시바도 메모리칩 사업에 기존 계획의 두 배인 1600억엔을 투자한다. 일본 전자산업의 맏형인 소니는 최근 인터넷 기능을 강화한 구글 TV와 3D TV를 잇달아 출시하며 TV시장에서 반격에 나섰다. 

일본 자동차 업계도 리콜 사태의 여파에서 회복하고 있다. 특히 이번 리콜 파문은 엔고로 인한 수익률 악화를 막기 위해 저가의 현지 부품 조달에 나섰기 때문이다. 엔화가치가 하락하면 품질을 향상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여기에 일본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속속 상륙하면서 내수시장을 둘러싼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일수출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들은 이미 엔화 안정세로 인한 타격을 받고 있다. 일본 다이소의 최대 공급처인 국내 중소기업 한일맨파워에 납품하는 제조사 비중은 지난 2005년 55%에서 30% 수준으로 현저히 낮아졌다. 대일 수출액도  2003년 2000억원에서 올해는 1000억원대 중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일 수출 비중이 매출액의 20%에 달하는 한 조선기자재 제조업체는 수출대금 감소에 이어 해외시장에서 일본업체와 경쟁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아울러 일본에 수출 가공품을 수출하는 수산업도 엔저에 따른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벌크선·컨테이너선 등 기술장벽이 낮은 선박을 제조하고 있는 중소 조선사들은 중국에 이어 일본 조선사들의 협공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도 적극적인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 전자산업은 환율 등 외부요인에 흔들리지 않는 수익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생산성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D램 부문은 40나노 대로 공정전환을 서두르며 50~60나노대에 머무른 일본과의 생산성 격차를 60% 이상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3D TV 등 프리미엄 제품의 디자인과 성능 개선에도 치중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도 해외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품질을 끌어올리는 한편, 디자인을 한층 강화함으로써 가격요소를 제외한 부문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초 1600원대로 정점을 찍은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환율 등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는 품질과 디자인, 생산성 등 자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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