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영배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언급한 집이 팔리지 않아 불편을 겪는 선의의 실수요자들을 살필 수 있는 정책을 검토해 달라고 한 것은 한 마디로 '주택 거래 활성화' 방안을 찾으라는 의미다.
이에 따라 정부는 주택가격 안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거래를 살릴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묘안 찾기에 나섰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져 부동산 관련 금융규제를 풀지 않는 범위에서 묘책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집값 안정과 거래 활성화는 어느 정도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대대적인 활성화 방안은 나오기 쉽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 거래시장 얼마나 어렵길래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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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만 보면 더욱 심각하다. 5월 거래건수는 2263건으로 4월 3245건에서 30.3%나 감소했다. 이는 예년 평균 6797(2006년~2009년 5월기준)건에 비해서도 66.7% 감소한 수치다. 강남ㆍ서초ㆍ송파 등 강남 3구 거래량도 539건에서 402건으로 25.4% 줄었다.
같은 기간 수도권 거래량은 9208건으로 1만1909에서 24.2% 줄었으며, 예년 평균치인 2만2339건보다 59.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큰 차이를 보였다. 5개 신도시 역시 912건에서 646건으로 29.2% 감소했다.
거래가 줄면서 가격도 급락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5층 전용면적 77㎡는 올 2월 9억9900만원에 팔린 적 있으나 지난달에는 1억원 이상 떨어진 8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은 뭐가 있나
이 대통령의 거래 활성화 방안 마련 지시는 주택거래 위축을 막기 위해 정부가 '4ㆍ23 대책'을 발표했지만 약효가 없자 대통령이 다시 지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정부가 우선 검토할 수 있는 카드는 '4ㆍ23 대책'을 보완하는 선에서 검토 될 것으로 보인다.
4ㆍ23 대책은 새 아파트 입주 예정자가 보유한 기존주택을 구입하는 무주택 또는 1주택자에게 DTI를 초과해 대출을 지원해줘 주택거래를 살려보겠다는 취지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 대책은 지원 조건이 까다롭고 매수-매도자가 딱 맞아 떨어지기 어려워 대책 시행 한 달이 넘도록 지원 실적이 전혀 없는 상태다.
당시 대책은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아 신규주택 입주지정일을 경과한 경우 6억이하이면서 85㎡ 이하 주택을 구입하는 1주택자까지는 기금대출을 해주도록 엄격하게 제한했었다.
따라서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주택에 대해서도 국민주택기금을 2억원 한도까지 빌려주는 방안이나 연 5.2%인 국민주택기금 대출금리를 소폭 인하해 적용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 기존주택의 가격, 면적 제한을 완화하고 분양대금을 연체하지 않는 경우도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도 재추진 카드로 보인다.
국토해양부는 그동안 분양가 상한제가 주택공급을 저해하고 가격 급등기에 시장기능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보고 민간택지에 짓는 민영 아파트에 대해서는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할 것을 주장했지만 국회에서 번번이 좌절됐다.
국토부는 민간택지 아파트의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만큼 상한제 폐지를 다시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친환경 저에너지 주택처럼 공사비가 많은 드는 아파트는 상한제 적용에서 제외하거나 민간택지의 경우 강남 3개구 등 투기우려 지역만 상한제를 적용하고 나머지는 풀어주는 등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될 전망이다.
거래 침체로 집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다주택자를 위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거나 현재 시행하는 감면 혜택을 연장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주택 거래를 일으키는 원동력 중 하나는 무주택자 보다 다주택자의 투자"라며 "다주택자에 대해 세금을 중과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대출규제 완화 가능성은 희박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마지막 보루로 인식되고 있는 DTI와 담보대출인정비율(LTV) 규제 완화 문제도 딜레마다. DTIㆍLTV 규제를 풀면 부동산이 움직이고 돈이 몰려들어 금리인상의 중요한 요인이 되는 등 경제 전반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금융 규제 덕에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자산붕괴를 막고 빠른 속도로 경제가 회복할 수 있었다고 자평하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는 쉽게 규제를 풀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업계는 DTI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도 가계부실 위험이 적고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침체된 거래를 활성화하려면 무엇보다 대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속단은 이른 상황이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주택 거래 정상화를 위해서는 대출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필요하다면 DTIㆍLTV 등 대출규제를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 절실
일각에서는 현재 강남 3구인 투기지역과 서울권, 수도권에 각각 40%, 50%, 60%로 적용하는 DTI 비율을 각각 10%포인트씩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날 비상경제대책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DTI나 LTV 완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표명한 만큼 대출 규제 방안은 쉽게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얼어붙은 주택거래가 대증요법 만으로 풀리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2년전부터 이어지고 있는 주택거래 부진이 향후 집값에 대한 불투명성과 심리적 불안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시장에 주택가격이 바닥을 찍었다는 시그널을 보내면서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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