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2010년 하반기 우리나라 경제의 최대 뇌관은 부동산 폭락과 가계부채 급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가계부채,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고 있어 금융권 부실이 심화되고 가계도산이 줄을 이을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달 신고된 전국의 아파트 실거래는 3만2141건으로 전월과 비교해 26.9%, 2006년에서 2009년까지의 동월평균과 비교해 29.2% 줄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은 전월과 비교해 각각 30.3%, 24.2% 줄었고 동월평균과 비교해 66.7%, 59.6% 감소했다.
이에 따라 아파트 매매가도 폭락하고 있다.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77㎡(전용면적) 1층의 경우 계약일 기준으로 지난해 9월 10억1000만원에서 지난 3월 9억6000만원으로 하락했다. 5층의 경우 지난 2월 9억9900만원에서 지난달 8억7000만원으로 내려갔다. 10층의 경우 지난해 12월 10억원에서 지난달 8억9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51㎡ 3층의 경우 지난 3월 9억7000만원에서 지난달 8억9700만원으로, 4층의 경우 9억7000만원에서 9억원으로 내려갔다.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에 있는 한라주공4-2 단지 60㎡ 1층의 경우 지난해 8월 1억9300만원에서 지난 4월 1억7400만원으로 하락했다.
아파트뿐 아니라 토지거래도 폭락하고 있다.
2010년 5월 토지거래량은 총 17만6661필지, 1억8689만㎡로서 지난해 5월과 비교해 필지수는 8.0%, 면적은 16.8% 감소했다.
2010년 4월과 비교하면 필지수는 13.0%, 면적은 12.8% 감소했다.
이렇게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상황에서 가계부채는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0년 1분기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은 554조2204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7.1% 증가했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은 333조4431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0.1% 증가했다.
여기서 예금취급기관은 예금은행과 비은행예금취급기관(상호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을 말한다.
또한 올 1분기 가계와 소규모 개인기업, 가계에 봉사하는 민간비영리단체들의 부채는 모두 922조5312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7.2% 증가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부채 중 대부분은 가계 부채”라고 말했다.
그런데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1분기 우리나라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은 325만3700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4.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주택담보대출이 실질소득보다 2배 넘게 빨리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은행들이 부동산 담보 대출에 치중한 결과”라며 “이대로 가면 하반기에 금융권 부실이 심화되고 가계도산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태인 전 비서관은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계속 유지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 17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제63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개최해 DTI 규제를 완화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DTI는 거시적 측면에서 금융회사나 가계대출 등 금융시장의 건전성을 지키는 수단이 돼 왔고, 또, 미국발 금융위기에서도 확인이 됐다시피 지금은 손댈 때가 아니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현재 DTI에 대한 검토가 전혀 없다”며 DTI 규제를 현행대로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 날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주택 가격의 안정 기조는 지속돼야 한다”며 “현재 일부 건설사들의 어려운 부분을 살펴보겠지만 건설경기에 편승해 무책임하게 주택시장에 뛰어들었다가 많은 이들에게 부담을 준 데 대해 도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행 DTI 규제 현황을 보면 투기지역(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은 40% 이하, 서울은 50% 이하, 인천ㆍ경기는 60% 이하이다.
정부는 이렇게 DTI 규제를 유지하면서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별도의 대책은 시행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또한 현재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매우 낮아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에 대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별도의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3월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0.36%에 불과해 주택담보대출 증가가 가계의 연쇄도산 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비서관은 "(지금은 연체율이 낮아도)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지면 연체율이 높아질 수 있다"며 "부동산에 거품이 많았기 때문에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여당 내에서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담보인정비율(LTV)과 DTI 규제 완화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백성운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6일 실시된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당분간 LTV나 DTI를 완화할 생각이 없다는 정부의 입장은 무책임하다"고 꼬집었다.
백성운 의원은 "수도권에 DTI와 LTV가 동시 적용된 지난해 9월부터 경기 지역에서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고 아파트 가격이 급락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거래가 몰라보게 줄어든 수도권 내 부동산 활성화를 위해 지방에 국한된 미분양 주택 양도세 완화 방안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 4월 발표한 미분양 대책에서 대한주택보증의 환매조건부 미분양 주택 매입 규모를 당초 계획인 금년 5000억원에서 3조원(준공전 미분양 2만호)으로 확대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 6월까지 1조5000억원 규모를 매입하고, 하반기 중 경기상황을 감안해 추가로 1조5000억원 규모를 매입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리츠·펀드 청산 시 주택매각이 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LH공사의 매입확약 규모를 현행 5000억원에서 1조원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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