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파생상품 과세는 자살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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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8-2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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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필요악이다. 나라를 지키기 위한 구성원들의 희생이 세금의 본질이다. 당연히 태고 이래 세금에 대한 저항은 그칠 줄 몰랐다. 

세금이 무서워 조국을 등지는 사람도 많다. 프랑스 국민가수 쟈니할리데이가 몇년전 국적을 스위스로 갈아치운 이유도 세금 때문이었다.

시민혁명기 권리장전의 핵심 요구사항 중 하나도 세금 경감이었다. 세금의 합리화가 곧 민주화, 근대화의 핵심 징표 중 하나였다. 미국 독립전쟁의 도화선이 된 보스턴 차 사건도 결국 세금 문제 때문에 터졌다.

조선이 철종이후 민심을 잃고 힘없이 국운을 다한 원인 중 하나도 세정 문란이었다. 백골징포, 황구첨정 등 듣기만 해도 치가 떨리는 세금 착취가 백성들의 유민화를 초래하고 나라에 대한 자긍심마저 앗아가면서 조선은 더이상 버틸 기력을 잃어버렸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거두는 것이 세금이지만, 잘못된 세정은 되레 나라를 망하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시민혁명 이후 세목과 세율은 반드시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에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세정에 민의를 충분히 반영해 조세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세금으로 나라살림을 꾸려가야 하는 행정부는 가급적 많은 세금을 거두려고 할 수밖에 없다. 의회는 정부의 이런 야만적 욕구를 억제하고 통제할 태생적 의무를 지고 있다.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 거래에 세금을 물리려는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다.  개정안은 이미 지난해말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라가 있다. 이를 일종의 민생법안으로 분류하면서 이달 임시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연구원도 소속 연구원의 입을 빌어 과세의 타당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국회 전문위원들도 역시 찬성하는 의견을 내놓았다. 소득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 주식거래와의 형평성, 파생상품 시장의 과열 진정, 세수증대 등이 찬성 논리다.

정부쪽은 처음에는 반대였다.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도 개정안 발의 당시 '시기상조'라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조세연구원의 입장 표명을 감안할 때 지금은 정부도 찬성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파생상품 과세안는 지금이라도 조속히 폐기돼야 한다. 이 법이 정부가 아닌 국회의원(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에 의해 발의된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의회가 왜 생겼고, 그 시대적 소명이 무엇인 지 조금이라고 이해하고 있다면, 국회의원이 앞장서서, 그것도 정부의 반대를 무릎쓰고 세금을 새로 만들겠다고 설치고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논리적으로도 선물 옵션에 세금을 물리는 것은 말이 안된다.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의 본질적인 기능은 위험회피(헤지)다. 현물을 거래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미래 위험을 커버하기 위한 보조수단인 것이다.  물론 선물, 옵션 거래는 헤지 뿐아니라 투기적 수단으로도 이용된다. 하지만 본질은 여전히 헤지다. 당연히 선물, 옵션 거래는 일종의 제로섬 게임으로 부가가치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소득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이나 주식현물거래와의 형평성 등의 찬성논리는 허구다. 

파생상품 시장의 과열을 진정시킨다는 찬성논리도 도대체 세상물정을 알고나 하는 소리인 지 이해가 안되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우리 파생시장의 규모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현물 시장 규모는 세계 16위 수준인데 선물은 4위,옵션은 1위다.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가 동북아 금융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징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과열'이라고 보는 시각은 도대체 무슨 지향점에서 나온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동북아 금융허브는 이명박 정부의 핵심 정책목표 중 하나다. 금융시장 팽창이 과열이라면 도대체 금융허브는 무엇을 하자는 것인 지 모르겠다.

세수증대라는 찬성이유도 사실상 근거가 박약하다. 지금 개정안이 그대로 입법화되면 세율은 0.001%를 적용하게 된다. 10만원에 1원의 세금을 메기는 셈이다. 금융투자협회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파생상품 과세로 연간 4800억원정도의 순세입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도 세수입을 위해 금융강국을 포기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바보 짓이다.

전세계적으로도 파생상품에 세금을 물리는 나라는 대만밖에 없다. 일본도 한때 입법까지 했다가 부작용 때문에 폐기했다. 대만도 이 조치로 인해 선물시장 주도권을 싱가폴에 뺏기고 후회막급인 상태여서 언제까지 이를 유지할 지 의문이다.

파생상품 과세로 선물 옵션 거래량이 줄고,시장경쟁력이 약화되면 결국 대한민국 금융시장 전체가 쪼그라들 수 있다. 헤지도 마음대로 못하는 시장에 투자자들이 굳이 정붙히고 남아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세금 때문에 국가 비젼이 망가뜨려서는 안된다.

강세준 부국장 겸 증권부장 
skang7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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