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올 상반기 주택시장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패닉상태에 빠져 있다. 아파트 거래량은 예년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고,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를 비롯한 버블세븐지역(강남·서초·송파구, 목동, 분당, 평촌, 용인)을 중심으로 수도권 전체에서 집값이 하락했다.
반면 강남 등지의 학군 발 전세가 상승은 서울과 수도권으로 확산됐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한달 새 최고 1억원이 상승하는 모습이 관측되기도 했다. 신규분양시장은 강남권 보금자리주택의 직격탄을 맞아 흥행몰이에 실패, 미분양이 속출하고, 입주량 증가에 따른 불꺼진 아파트·깡통 아파트가 급증했다.
◆ 아파트 거래량 줄고 집값은 '뚝뚝'
30일 국토해양부의 실거래가 신고자료에 따르면 5월 주택거래건수는 서울이 2263건으로 전월 대비 30.3%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9월의 25% 수준이며 특히 강남3구는 61% 급감했다. 강북도 예년 평균보다 60% 이상 줄었고, 분당·일산·평촌 등 신도시는 71%나 급감했다. 수도권도 24.2% 감소했다. 지난 4년(2006~2009년)간 같은 달과 비교하면 서울 거래 건수는 66.7%, 수도권은 59.6% 줄었다.
주택시장의 동맥경화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다. 시세보다 저렴한 보금자리주택이 등장하면서 수요자들의 시선 쏠림현상이 짙어진 데다 금융규제, 세제혜택 종료 등으로 구매력이 크게 저하된 탓이다.
여기에 '대세 하락론'이 불거지면서 매도자와 매수자 간 눈치싸움도 격렬해져 거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말보다 1.07% 내렸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는 2.86%나 내리며 전반적인 하락세를 주도했다.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공급과 하반기 금리인상 가능성, 주택값 버블논란 등 여러 가지 악재가 동시에 겹치면서 대기수요를 크게 늘린 점이 시장침체의 원인이다.
과거 최고점이었던 2006년 12월과 비교하면 올해 상반기 평균 가격은 강남구 95%, 강동구 90%, 송파구 86% 수준으로 서초구를 제외하고는 모든 자치구에서 하락세를 보였다. 신도시와 수도권에서는 8만 가구가 넘는 신규 입주단지가 쏟아진 가운데 용인, 파주, 고양, 양주, 과천의 하락세가 눈에 띄었다.
전셋값은 서울 2.09%, 신도시 2.85%, 수도권 2.14% 등 상승세가 계속됐으나 봄 이사철이 끝난 2분기에 접어들면서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많은 수도권과 서울 강북권을 중심으로 하락세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