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이를 죽이는 ‘부모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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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2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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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재희 The HOW 영성경영연구소 대표이사

한 주간지에 '부모력'에 관한 기사가 연재되고 있다. 부모로서 갖춰야 할 자질이나 능력의 신조어라고 하는데, 이러한 말장난이 부모와 자식 사이에 일어나는 문제의 근본 해결책인 양 말하며, 몇 가지 특수한 사례들을 보편화, 일반화된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또한 '공부'와 '실력'의 명확한 개념도 모른 채 근본 없이 말하고 있다.
과연 우리가 말하는 '공부'가 국·영·수 등의 학과 공부만 의미하는 것인가? 우리가 말하는 '실력'이라는 것이 국·영·수 점수만 의미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학과 공부를 잘하고 학과 실력을 쌓으면 과연 세상을 잘 살 수 있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공부라는 것은 세상을 살기 위한 기초적인 방편 중에 하나일 뿐이지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마치 공부를 위해 모든 조건들을 부모가 아이들에게 맞추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이 능력 없는 사람이 부모력을 말하고, 능력 없는 사람이 부모력을 듣고 따른다고 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그 말을 듣고 따르기는 절대 불가능하다. 결국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한 것이다.

부모도 부모 이전에 한 인간일 뿐이다. 따라서 부모가 자식을 교육시킨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교육 전문가가 따로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부모들도 자신들의 뜻대로 살지 못하는 처지에 무슨 능력과 지혜가 있다고 자식들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키우고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참 어리석은 일이다.

부모들은 자식에 대한 욕심을 '사랑'이라고 포장한다. 내가 자라면서 못했던 것들, 또는 내가 잘못했던 것들을 자식들은 그런 전철을 밟지 않게 하려는 욕심에, 자식을 집요하게 간섭하고 규제한다. 그러다 내 능력이나 한계를 벗어나 통제나 관리가 불가능하다 싶으면 오히려 철저히 외면하는 이중성을 갖는다. 내 자식이기에 앞서 세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독립된 인격체이다. 자식이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지, 부모가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다.

부모는 생활 속에서 자식들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어릴 때는 제대로 클 수 있는 울타리와 거름이 되어 주어야 하지만, 자식을 뒷수발이나 드는 꼴이 되어서는 안 된다. 밥 차려주기, 간식 챙기기 등을 부모가 아이에게 해 주어야 하는 큰 일로 생각하지 말라. 과연 그것이 자식들이 앞으로 치열한 삶을 살아야 하는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데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부모는 자식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같은 날, 같은 시각에 태어난 쌍둥이도 결코 똑같지 않듯이 사람은 저마다 타고난 그릇과 모습이 다르다. 따라서 부모는 자식들이 각자의 타고난 그릇과 모습에 맞춰 합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부모가 먼저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는 능력과 안목을 길러야 한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보고, 듣고, 배워라.

일부 스포츠 종목의 코치들 중에는 자기 덕에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었다고 자만하며 끝없이 선수를 억압하고 강요하기도 한다. 정신적으로 여물지 못한 선수들은 결국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아예 운동을 포기해 버리는 경우도 수없이 많다.

‘자식 농사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한다. 자식을 내 뜻대로 키울 이유도 없고, 그렇게 크지도 않는다. 모든 것이 어리석고 욕심많은 부모들의 헛된 망상일 뿐이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자식 농사 뜻대로 되지 않는다’ ‘말을 물가에는 데리고 갈 수 있어도 물을 먹일 수는 없다’는 속담들은 우리가 자식교육을 하는데 꼭 지켜야 하는 좌표이다. 아무리 어리석은 부모들도 이 속담들에 담긴 뜻만 제대로 알고 실천한다면, 자식 때문에 울고불고 할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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