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독일 차기 대통령으로 온건 보수 성향의 크리스티안 불프 후보가 선출됐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AP통신에 따르면 기민당-기사당 연합과 자민당의 집권 연정이 내세운 불프 후보는 이날 연방총회의 3차 투표에서 623표를 얻어 494표를 얻은 사민당-녹색당의 요아힘 가우크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지난 2003년부터 7년간 니더작센주 총리직을 맡아왔던 불프 후보는 이번 선거로 51세의 나이에 독일 최연소 대통령이 됐다.
불프 당선자는 "기쁜 마음과 확신을 갖고 당선을 수락한다"며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을 기대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또한 볼프 당선자가 현 시점에서 “대통령 최적임자”라며 당선을 축하했다.
불프는 인생의 굴곡과 역경을 이겨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1959년 독일 북부 오스나부르크의 카톨릭 가정에서 태어난 불프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집을 떠나 가족을 버린 후, 홀어머니 아래에서 자랐다. 그는 십대 때 다발성 경화증을 앓는 어머니를 대신해 어린 여동생을 보살피며 소년 가장으로서의 몫을 해냈다.
그는 힘든 상황에서도 오스나브뤼크에 있는 에른스트 모리츠 아른트 김나지움을 졸업한 뒤 오스나브뤼크대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1987년과 1990년 1·2차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로 활동했다.
1983년 처음 만나 오스나부르크대에서 캠퍼스 커플로 지냈던 동갑내기 변호사 크리스티안네 여사와 1988년 3월 결혼해 딸 아날레나(17)를 뒀으나 2006년 6월 이혼했다. 2008년 3월 총리실 공보보좌관이자 아들 한 명을 둔 베타나(37) 여사와 간소한 결혼식을 올리며 재혼했고 두 달 후에 아들을 낳았다.
불프는 학생 때인 16세에 기민당(CDU)에 입당한 뒤, 1978년부터 1980년까지 당 학생연맹의 연방 의장을 지냈다. 1979년부터 1983년까지는 기민당 청년동맹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1994년부터 니더작센 주 당의장을 지냈다.
1994년과 1998년 니더작센 주총리직을 놓고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연방총리와 벌인 두 차례의 대결에서 패배했던 불프는 슈뢰더가 연방총리에 선출되고 난 후인 2003년 2전3기 끝에 주총리에 올라 연임에 성공했다.
불프는 니더작센 주에서도 자민당과 연정을 구성하는 등 정책적으로 메르켈 총리와 비슷한 노선을 걸어왔다. 지난해 10월 연방의 보수연정이 출범한 후에도 연정의 감세계획을 지지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메르켈 총리가 당내 라이벌 제거 차원에서 불프를 대통령 후보로 지명한 데다 나이나 정치적 색깔을 고려할 때 불프가 메르켈 총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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