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한 달 전 49㏄ 스쿠터(혼다 줌머)를 중고로 구입했다. 직업상 이동이 잦아 오래 전부터 스쿠터를 사야겠다고 마음 먹고 결국 실행에 옮겼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압도하는 ℓ당 40㎞의 연비, 주차 편의성, 정체 문제 등 많은 문제를 해결해 주리라 믿었다.
그러나 서울 도심에 ‘초보 라이더’가 설 땅은 많지 않았다. 먼저 속도가 문제였다. 서울 도심의 속도 제한은 시속 60㎞, 스쿠터의 최고 시속도 60㎞. 이론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현실은 달랐다. 일주일 동안 매번 씽씽 달리는 차들 사이에서 나홀로 ‘거북이 걸음’을 해야 했다.
2주째로 접어들자 자신감이 생겼다. 장거리 운행도 시도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도심 곳곳에 있는 오토바이 제한 구역이 문제였다. 익숙치 않은 길을 가다 그만 자동차 전용 도로로 진입한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주요 간선 도로를 제외하고도 서울 곳곳에는 오토바이 주행 금지 구역이 있다.
때마침 기다리던 교통 경찰에 불려 갔고, 난생 처음 범법자가 됐다. 전적으로 길과 법규를 제대로 몰랐던 기자의 잘못이었지만 10년 무사고 운전자가 스쿠터를 운전한 지 2주 만에 범법자가 된 건 억울한 노릇이었다. 그 뿐 아니다. 주변 지인들도 위험하다며 말리기 시작했고, 철 없는 사람 취급을 받기도 했다.
물론 이렇게 된 데에는 라이더들의 잘못도 크다. 지금도 도심 곳곳에서 많은 라이더가 신호를 무시하고, 차들 사이를 이리저리 돌진하는 등 위험천만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차에 비해 일단 사고가 나면 더 크게 다치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 같은 숱한 ‘역경’ 속에서도 모터사이클이 자전거, 버스·지하철과 함께 도심 속 최적의 교통 수단이라는 기자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공해 발생을 줄이는 것은 물론 상습 정체, 좁은 주차공간 문제를 한번에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한국도 ‘모터사이클의 천국’인 일본처럼 모터사이클 라이더가 더 늘어난다면, 또 그에 걸맞게 라이더들의 안전 의식이 더 높아지고 관련 법규 및 교육이 제대로 갖춰진다면 도심은 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결과를 단정할 순 없지만 본인부터 안전·모범운전 라이더가 되겠노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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