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지난달 도요타의 미국시장 판매고는 1년 전에 비해 11%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시장 전체 판매대수가 15% 증가한 데 비하면 저조한 실적이다. 하지만 이는 소매부문만 반영한 결과다. 렌털업체나 일반 기업에 팔린 것까지 포함하면 도요타는 올해 미국시장에서 가장 급격한 판매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리콜사태로 벼랑 끝에 몰린 듯한 도요타가 미국에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ABC방송은 13일(현지시간) 대규모 리콜사태로 품질 명성에 치명상을 입은 도요타가 건재할 수 있는 것은 최고 수준의 고객충성도와 공격적인 인센티브 정책이 맞물린 결과라고 풀이했다.
자동차 정보 웹사이트 에드문즈닷컴(Edmunds.com)에 따르면 도요타에 대한 고객들의 충성도는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에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미국시장에서 팔린 도요타 차량의 절반에 49%가 기존 고객들의 교체 수요였다는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이같은 수요는 전체 판매고의 42%에 불과했다.
제시카 콜드웰 에드문즈닷컴 수석 애널리스트는 "도요타 차량을 찾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며 "이들은 도요타 차가 안전하지 않거나 불편하다는 생각을 가져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특히 "도요타 팬들은 리콜사태를 매우 예외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0%에 가까운 저금리로 차량 구입비를 대출해 주거나 월 임대료를 대폭 깎아주는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 정책도 도요타에 대한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인센티브 효과는 올 들어 판매 증가폭이 가장 컸던 지난 3월 특히 돋보였다.
당시 도요타는 미국시장에서 포드보다 더 많은 자동차를 팔아치우며 제너럴모터스(GM)의 판매왕 자리를 위협했다.
車업체별 미국 시장 판매증가율 추이(전년 동월比/출처:WSJ)
존 울코노위츠 IHS오토모티브 선임 애널리스트는 도요타가 리콜사태 이전의 품질 명성을 떠오르게 하는 광고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기존의 두 배로 확대한 게 주효했다고 지적했다.
에드문즈닷컴은 지난 3월 도요타가 차량 한 대당 들인 인센티브 비용이 한 해 전 838달러에서 2800달러로 늘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비용부담을 문제삼기도 하지만 도요타가 쓰고 있는 비용은 GM과 포드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스티븐 스피비 프로스트앤드설리반 자동차 부문 선임 애널리스트는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빅3가 주도해온 인센티브 경쟁에 도요타가 끼어들게 됐다"며 "도요타는 재무상태가 탄탄해 인센티브 규모를 키울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요타가 과거의 명성을 완전히 되찾을 수 있을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지난 3월 이후 판매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데다 점유율도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울코노위츠는 "도요타에 대한 충성도가 가장 높은 소비층은 베이비붐세대"라며 "문제는 이들이 은퇴기에 접어들면서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세대인 X나 Y세대는 도요타라는 브랜드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울코노위츠는 GM과 포드는 물론 닛산과 폴크스바겐, 현대자동차 등과 벌여야 하는 신차 경쟁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늘어나면서 웬만해서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반면 시장조사업체 오토데이터의 데이비드 루카스 부사장은 "새로운 고객을 유인하는 것보다는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게 더 쉽다"며 "상대적으로 높은 고객 충성도는 업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도요타만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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