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자동차업체 비야디(比亞迪·BYD)의 ‘고속 질주’에 제동이 걸렸다. 중국 시안(西安)에 확장 중인 제2공장 부지가 중국 국토자원부로부터 토지 불법점유 혐의를 받고 있는 것. 이에 따라 향후 연간 80만대 자동차 생산을 목표로 했던 비야디의 계획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중국 국토자원부는 올해 2분기 총 4건의 토지 불법점유 사례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비야디가 시안 공장 증설을 위해 불법으로 점유한 토지도 해당됐다.
국토자원부에 따르면 현재 관련 기관은 현지에 조사단을 파견해 토지 불법점유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에 비야디가 불법으로 토지를 점유한 사실이 확인되면 올해 안으로 막대한 액수의 벌금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국토자원부는 덧붙였다.
비야디가 중국 정부의 토지 불법점유 조사에 휘말린 이유는 그 동안 중국 토지시장에서 법망을 피해 암묵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선(先)점용 후(後)등록’ 관행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에서는 당국의 토지사용 허가를 받지 않고 일단 토지부터 사용하고 나서 나중에 허가를 요청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러나 이번에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토지 불법점유 조사로 비야디가 철퇴를 맞게 된 것이다.
비야디가 토지 불법점유로 당국에 적발됐다는 소문이 시장에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비야디 주식은 곤두박질 쳤다. 최근 3거래일 연속 12.5%가 넘게 빠지면서 주가는 50 홍콩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자 비야디는 20일 성명을 통해 국토자원부의 토지조사 결과는 회사의 경영과 재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사태 진압에 나섰다.
그러나 같은 날 크레디스위스그룹은 보고서를 발표해 비야디 주가가 44 홍콩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보고서에서 크레디스위스그룹은 비야디의 토지불법 문제는 쉽사리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면서 향후 국토자원부의 추가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비야디가 자동차 판매량 감소, 가전제품시장 진출, 전기차 사업 축소 등 여러 가지 난항을 겪고 있다면서 비야디 주가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일찍이 왕촨푸(王傳福) 비야디그룹 회장은 비야디를 2015년까지 중국 최대 자동차업체, 2025년까지 글로벌 최대 자동차업체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목표달성을 위해 비야디는 2009년 12월 총 50억 위안(9000억원 가량)을 들여 시안 제2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공장이 완공되는 2011년 상반기 전후로 가동을 시작해 2013년에는 이곳에서 연간 40만대 자동차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토지 불법점유 혐의로 왕 회장은 비야디를 ‘글로벌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로 키우겠다는 꿈을 잠시 미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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