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에 은퇴세대 노후대비 '빨간불'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0-07-22 19:3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재산 대부분이 집 한 채…대책마련 시급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국내 주택가격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은퇴세대의 노후대비를 위한 유일한 안전판이 위협받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인구 밀집지역인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 1~6월 중 서울 주택가격은 0.3%, 수도권은 0.6% 하락했다. 서울 노원구(-2.1%), 도봉구(-1.4%), 강서구(-0.7%) 등의 하락폭이 컸다. 강남구도 0.3% 하락해 '불패신화'가 깨졌다.

수도권의 경우에도 고양시(-2.3%), 의정부시(-2.1%), 광명시(-1.9%), 성남시(-1.6%) 등 대부분 지역의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 국내 주택가격은 매년 2~5%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해 왔다.

주택가격 하락은 전체 자산의 90% 이상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은퇴세대의 노후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관석 신한은행 재테크 팀장은 "부동산 위주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고객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며 "특히 노령층이나 1955~19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부머'의 경우 집 한 채 말고는 변변한 노후 대책이 없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소득 대체율은 12~25%, 퇴직연금은 15% 수준으로 연금 소득으로는 필요한 생활비의 절반을 채우기도 어렵다. 최후의 보루인 부동산 가치마저 하락하면 정상적인 노후생활이 불가능한 구조다.

이미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부동산 처분에 나서거나, 부동산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역모기지) 가입을 서두르는 은퇴세대가 늘고 있다.

김형목 주택금융공사 주택연금부 팀장은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주택연금 가입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며 "하루라도 더 빨리 가입해 부동산 가치 하락을 막고 연금을 더 받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활용해 임대 수익을 올릴 수도 있지만 최근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 팀장은 "금융위기 전만 해도 전세를 월세를 돌리거나 오피스텔 임대업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부동산 거래 자체가 없어 쉽지 않다"며 "자산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앉아서 지켜보면서도 뾰족한 수가 없어 고심하는 은퇴세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최근의 주택가격 하락세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치가 추세적 하락세로 접어들었다는 데 공감하고 부동산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팀장은 "오는 2019년부터 인구 감소가 시작되면 부동산 가격은 하락할 수 밖에 없다"며 "부동산 위주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시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나찬희 국민은행 시장연구부 팀장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 상황에서 정부가 보금자리 주택 등 공공물량을 꾸준히 시장에 내놓고 있어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주택가격은 장기적으로 완만한 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gggtttppp@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