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기업의 주요 자금 공급원이던 은행들은 부실 우려를 이유로 기업 대출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다. 금융감독당국도 예대율 규제, 외화건전성 규제 강화, 부실채권 비율 인하 등의 조치를 취해 은행 건전성 향상을 꾀했다. 하지만 당국의 은행 살리기는 기업의 목을 조르는 결과를 낳았으며, 자금 사정이 악화된 기업들은 생존 전략을 강구해야했다. 기업들이 눈을 돌린 곳은 직접 자금조달 시장으로 채권ㆍ주식 등을 통한 자금 조달이 대세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 규모가 그리 크지 않고 직접 조달이 대기업에만 한정돼 있다. 또 투자자가 지나치게 국내로 국한돼 있다는 점도 문제다. 앞으로 2회에 걸쳐 국내 직접 자금조달 시장의 현황과 문제점, 해결과제 등을 짚어본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국내기업들은 직접 자금조달 시장에서 채권 부문의 취약점을 문제점으로 노출해왔다.
회사채에 대한 홍보가 부족해 투자적격인 BBB+ 이상인 기업도 채권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주식에 비해 위상이 낮아 해외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회사채 시장에서 중소·중견기업의 회사채 발행은 실종된 모습이다. 회사채 거래는 신용등급 A- 이상의 대기업으로 국한되며, BBB+ 수준의 회사채 거래는 마비 상태다.
올 상반기 전체 기업채 발행액은 39조6022억원. 채권시장 강세에 힘입어 기업들의 적극적으로 차환발행에 나선 것이다.
그 중 대부분은 포스코파워·LG텔레콤 등 신용등급 AA 안팎의 대기업들이 차지했다. 이들 기업은 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3%대의 낮은 금리에 회사채를 내놨다.
반면 신용등급 BBB 전후의 기업은 사실상 채권 발행이 어려웠다. 금융위기 여파로 신용만으로 이들 기업에 돈을 꿔줄 투자자는 없었다. 때문에 이들 기업은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으로 눈을 돌려야했다.
실제로 투자적합기업으로 분류되는 이랜드리테일·코오롱그룹 등은 신용카드판매대금채권 등을 기초자산으로 ABS나 사모사채를 발행해 자금조달에 나서야했다.
또 국내 회사채의 수요자가 연기금·은행·증권사 등 국내기관에 국한된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 해외투자자가 국내 회사채에 투자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회사채 발행은 내수시장 의존도가 높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지난 6월 10일 기준 외국인의 국내 채권보유 잔액은 70조7000억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으로 확대됐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감소했으나 지난해부터 국내 경기가 견조하게 회복하자 투자액도 큰 폭으로 늘었다.
하지만 외국인 자금은 대부분 국고채와 통화안정증권 등에 집중돼있다. 현재 전체 채권발행잔액 대비 외국인 투자 비중은 5.9%. 국고채와 통안증권에 대한 비중은 12.5%, 17.7%에 달한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국내 채권시장 규모가 주식시장보다 큰 데도 유독 기업채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낮다"며 "국내 경제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 기업채보다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편이 수익률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이 회사채IR에 적극적으로 나서야된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경제는 저성장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재무의 안정성을 담보로 하는 부채금융의 비중이 늘고 있다"며 "회사채의 안전성과 수익성 등을 대외 투자자들에게 홍보해 인식의 제고를 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2008년과 2009년 2년 동안의 주식시장을 통한 조달된 자금은 16조7000억원. 같은 기간 회사채를 통한 조달은 7배나 많은 137조원.
기업들이 회사채의 장점을 대내외 투자자들에게 알리고 재평가를 받을 시기가 왔다는 것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ykkim@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