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가 지난 6월 26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전경련 국제경영원 CSO 스쿨' 마지막 강연에서 애플이 가져온 기업 환경 변화에 대해 강연하고 있는 모습. (사진=국제경영원 제공) |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애플은 IT 비즈니스에 별 도움이 안 됩니다.”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사진>는 지난 6월 26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전경련 국제경영원 CSO 스쿨’의 마지막 강연에서 아이폰·아이패드의 등장에 따른 기업 환경 변화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IT 정보 보안과 안철수연구소의 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단 자주 나왔던 내용인 만큼 이는 생략키로 한다.)
강연 도중 애플의 광고 영상으로 보이는 100세 할머니의 아이패드 체험기가 소개됐다. 영상에는 돋보기가 없으면 책도 읽기 힘들 것 같은 할머니가 아이패드를 처음 본 후 십여분 뒤에 여러 콘텐츠를 직접 이용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녀가 이용한 건 ‘읽어주는 책’, 소위 오디오북이라고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김홍선 대표는 “아이패드는 컴퓨터가 아니다. 장난감 같다. 텔레비전 처럼 바로 켜지고, 누르면 누르는 대로 바로 플레이 된다”며 “아이패드는 IT를 하는 사람을 위한 게 아니라 IT 안 하는 사람을 위한 기기”라고 말했다. 특히 “아이패드가 바꾸는 건 IT산업이 아니라 콘텐츠 등 기타 사업”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만들기 수년 전부터 아이패드를 고민해 왔다”며 “미국에 가니 애플스토어에서도 구할 수 없었다. 너무 빨리 팔린다”고 소개했다. 안랩(안철수연구소)은 그 와중에도 아이패드를 5개 구입했다고 한다. 물론 연구 목적을 위한 구매일 것이다.
◆애플은 무슨 일을 벌였을까= 애플의 미국 주가는 최근 10년 사이에 10배가 뛰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같은 기간 24%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규모 면에서는 애플이 글로벌 톱 기업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미래 가치 평가’의 결과물인 시가 총액은 세계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애플이 올들어 내놓은 아이패드는 미국 등 세계 시장에서 27일 만에 100만대, 59일 만에 200만대를 팔아치웠다. 나오기 전 예약 대수만 30만대였다. 국내에서도 어디선가 들여온 아이패드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아이폰도 국내서 7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일부 결함 발견으로 출시가 지연됐고 그 사이에 국내 스마트폰 경쟁은 더 심화되고 있지만 아이폰 4G이 일정 정도 이상 성공할 것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
김홍선 대표는 “하드웨어는 애플에 비해 삼성전자가 더 좋다. 하지만 향후 비즈니스에서 더 중요한 건 애플의 앱스토어 같은 ‘생태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애플은 이(생태계)를 잘 이용했다. (통신망이 촘촘해지며) 과거 어느 통신사가 더 잘 터지냐는 논쟁 역시 무의미하다. 어떤 소프트웨어, 어떤 어플리케이션이 유통되는 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네트워킹 시대 승자의 조건= 김 대표는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변화하는 시대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직관적이고 접근성이 좋은 콘텐츠 사용과 이를 통한 광고를 주요 시장으로 점찍었다.
그는 “친구 중 서울대병원 의사에게 ‘요즘은 정보가 많아서 좋겠다’라고 하자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아니다. 필요없는 자료가 너무 많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맞는 말이다. 내 트위터.미투데이도 사용한 지 얼마 안 돼 팔로어가 2000명을 넘었다”고 말했다.
이는 콘텐츠까지의 접근성을 강조하는 한 사례다. 아이패드가 100살 먹은 노인에게도 어필할 수 있다는 점은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김 대표는 “미국 마트에 가서 아이폰으로 바코드를 찍으면 인터넷 가격비교사이트가 나온다. 재고까지 알려준다. 얼마 전 월드컵 축구를 안 봤는데도 소식이 들려온다. 트위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미 나와 있는 기술 역시 활용 여하에 따라서 인기를 끌 수 있다는 사례도 소개했다. 영화 ‘아바타’에 등장한 3D 영상 기술은 50년대 처음 나와 60년대 입체영화에 실제 쓰였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음악 인식 앱은 1980년대 초 개발된 패턴 인식 기술이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그는 “얼마 전 모 언론사에서 관련 강의를 하자 난리가 났다. 기사보다 트위터가 더 빨라졌기 때문. 전 세계 언론사 매출이 전년대비 27% 떨어졌다” 말했다. 이어 “(언론사 역시) 광고 모델이 콘텐츠에 들어가 서로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나는 아이폰 국내 출시 이전에도 줄곧 이 제품이이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스마트폰의 발전은 우리에 많은 변화를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구글은 광고 회사를 지속 인수해 광고 플랫폼을 계속 개발해 나가고 있다”며 “안랩 역시 사내 벤처기업을 운영하며 기존 보안 기업을 유지하면서도 사내 벤처 등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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