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현대그룹이 헷갈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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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8-04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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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두고 현대그룹과 채권단의 대립이 점입가경이다. 채권단은 신규여신 중단에 이어 만기도래 여신을 회수키로 했다. 현대그룹도 모든 법적 조취를 강구하겠다며 응수했다.

양측의 팽팽한 대립은 부채비율에 대한 이견에서 비롯된다.

채권단은 지난 5월 현대상선ㆍ현대아산 등 그룹 계열사 10곳의 재무구조를 평가했다. 그 결과 이들 업체들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320%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이 문제였다. 결국 채권단은 재무구조개선 약정체결 대상기업에 현대를 포함시켰다.

현대는 이를 두고 채권단이 해운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약정 체결을 완강하게 거부했다. 또한 채권단이 평가 당시 현대상선의 재무안정성과 영업실적 추이 및 전망 등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점도 현대를 더욱 아쉽게 했다.

선박 발주시 대규모 차입금이 필요한 해운업. 때문에 부채비율을 놓고 채권단과 기업들의 마찰은 비단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 2001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당시 '김대중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은 기업들의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금융권과 기업들에 대한 고강도 압박을 진행했다.

이에 업계는 대규모 장치산업인 해운업의 특성을 고려, 해운사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부채비율 축소방침을 완화해줄 것을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했다.

결국 정부 당국은 해운ㆍ항공ㆍ종합상사ㆍ건설 등 4개 업종에 속한 기업 중 금융이자보다 영업이익(이자보상배율 1이상)이 많은 곳에 대해서는 '부채비율 200% 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키로 했다.

정부의 이런 방침에 따라 한진해운ㆍ현대상선ㆍ대한해운 등 국내 주요 선사들은 부채비율 200% 적용방침에서 제외됐다. 정부와 채권단이 산업 특성을 고려해 융통성을 발휘한 것이다.

재무구조개선 약정은 합리적인 방안을 통해 기업의 체질을 강화시키는 것이지, 해당 업체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교각을 붙잡고 사랑하는 여인을 기다리다 갑작스런 폭우로 생을 마감한 미생(尾生). 그의 어리석음은 자신의 목숨만을 앗아갔지만, 채권단의 몰지각함은 국내 대표 기업을 망하게 할 수도 있다.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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