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 얼마전 경기도 파주 교하신도시의 한 아파트에 입주한 A씨는 요즘 너무 속상하다. 주택시장 침체로 집값이 분양가 이하로 떨어진 데다 입주율도 낮아 대형 아파트 단지에 마치 혼자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 건설사 임원인 B씨는 1년 전 경기도 김포한강신도시에 분양한 단지만 생각하면 한 숨이 나온다. 미분양 물량이 꽤 남아 있지만 도무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모델하우스는 계속 운영하고 있지만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어 운영비가 아까울 정도다.
1기 신도시에 이어 참여정부시절 발표된 파주, 양주 등 '2기 신도시'가 흔들리고 있다. 미분양이 쌓이면서 건설사는 물론 우리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2기 신도시는 1기 신도시처럼 서울의 인구 집중을 해소하고 집값 안정을 위해 추진됐다. 하지만 자족기능이 떨어지는 데다 직장인의 출퇴근 문제로 실수요자들이 외면하면서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2기 신도시 미분양 적체 밑바탕에는 부동산경기 침체, 대출 규제, 보금자리주택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결국 잘못된 수요예측에서 기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파주교하신도시를 비롯해 9개 2기 신도시에서 공급 예정인 주택은 54만 가구, 수용 인구만도 134만여명에 이른다.
이 중 위례신도시와 서울 강남과 가까운 성남 판교신도시, 수원 광교신도시를 제외하고는 모두 문제가 심각하다.
장밋빛 수요예측 과는 달리 현실은 실수요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서울시 인구 변화 추이에서도 읽을 수 있다. 서울시 인구는 지난 2000년 1037만명에서 지난해 말 1046만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2기 신도시 건설에도 서울시 인구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는 것은 정부가 의도했던 서울 인구 분산 정책에 문제가 있었거나 수요예측이 잘못 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참여정부시절 신도시를 추가 조성한다고 발표할 당시에도 서울의 주택난을 해소하기 보다는 오히려 주택 과잉 공급 문제만 야기 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면서 "금융위기 이후 침체된 부동산 경기와 맞물리며 미분양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수도권에서만 50만 가구가 공급될 보금자리주택은 업친데 덮친격이 됐다. 가뜩이나 수요가 부족한데 공급만 더 늘린 셈이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정의철 교수는 "2기 신도시가 처음 추진될 때는 주택시장 상황이 지금처럼 나쁘지 않았다"며 "경기 침체로 수요는 줄었지만 보금자리주택으로 전체적인 주택공급은 늘어난 시점에서 2기 신도시 계획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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