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오성민 기자) 지난 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는 '위험한 기업 300사(社)' 리스트가 배포됐다. A4용지 10여장 분량의 리스트에는 기업 실명과 함께 소재지, 업종, 연간매출액, 주거래은행 등과 함께 알파벳이 적혀있다. A는 '자금사정 악화', B는 '사내 인사 분쟁', C는 '불상사', D는 '거래처와 거래중단', E는 '채무초과'를 의미했다. 이들 기업이 겪고 있는 경영상의 문제점, 즉 위험한 기업으로 뽑힌 사유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해 놓은 것이다.
"도내 부동산 회사는 채무초과로 거래처가 끊겼습니다. 관서지방의 건설회사는 채권회수 불능 상태로 향후 전망이 불투명합니다. 도쿄거래소 상장 업체는 회사 간부가 반사회적 세력과의 거래를 인정했습니다."
세미나는 질의응답 시간도 없이 진행자가 리스트에 적힌 순서대로 기업관련 정보를 적나라하게 발표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 세미나를 잠입 취재한 한 현지 언론사 기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 속 은행 상사 등 업계 실무자로 구성된 약 300명의 참석자들이 묵묵히 메모를 써내려 갔다고 전했다.
이 '대담한' 세미나를 주최한 곳은 신용조사회사인 도쿄게이자이(東京經濟). 기업 관련 심층 정보를 다루는 이 회사는 2월과 8월, 연 2회 이같은 세미나를 열어 업데이트한 '300' 리스트를 배포한다. 최신 '300' 리스트에는 상장사가 43개사나 포함됐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 8월 리스트에 실린 300개 기업 가운데 약 20개사는 최근 1년새 파산했다"고 밝혔다.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이 실제 파산하면서 어느 정도의 신용도가 검증됐다는 의미다. 또 최근 일본 기업들의 파산 건수가 지속 감소하고 있지만 이것이 기업들의 실적 호전이 아닌 정부의 기업지원책 덕분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올 가을 이후 업종을 불문하고 위기 상황에 처한 회사가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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