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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안중근의 삶과 거사의 의미, 그가 우리에게 남긴 것들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연극 '나는 너다'가 22일까지 국립극장 KB하늘극장에서 공연된다. |
(아주경제 김나현 기자)
우리가 안중근 의사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단편적이다. 안중근은 단순히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항일 운동가가 아니라 대한제국 의병중장이자, 동아시아 평화공존을 주창했던 뛰어난 사상가였다. 재판과 수감 기간 동안 그가 언행과 저술을 통해 남긴 깊고 심오한 철학 역시 의거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안 의사의 삶과 의거의 의미, 그리고 우리에게 남긴 것들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 바로 연극 ‘나는 너다’이다.
어느 시대나 영웅은 위대한 업적을 남기고 장렬하게 죽는다. 업적은 시간이 흐를수록 장엄하게 빛나고 후인들이 품는 존경심은 갈수록 깊어진다. 그러나 그 영웅의 위업 때문에 굴욕과 고통 속에서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던 누군가의 슬픔과 번민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안중군의 아들 안준생. 이 소년은 세 살 때 부친을 잃고 상해 임시정부가 남경으로 망명한 뒤로는 누구의 돌봄도 받지 못한 채 일본인들에 의해 갖은 학대를 받으며 정치선전의 도구로 이용당했다.
연극 나는 너다 는 훌륭한 아버지의 비열한 아들로만 기억되는 안준생의 고통을 통해서 안중근 장군의 영웅담을 다시 보려한다. 영웅이기 이전에 ‘사람’이었던 안중근과 ‘사람’이기 이전에 ‘매국노’가 되어버린 아들 안준생의 엇갈리는 간극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 ‘어디고 가고 있는가’를 묻는다.
진지하고 싶은 역사의식, 소외되고 잊혀진 사람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 간결하고 힘 있는 대사와 여운을 남기는 언어들. 이번 작품 나는 너다 에서는 작가 정복근의 개성과 장점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안 의사의 의거로 인해 가장 상처받고 고통 받은 그의 가족들을 생생하게 그려냄으로써 가족이 짊어져야 했던 굴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이 작품의 연출은 윤석화가 맡았다. 작품과 인물에 대한 정확하고 날카로운 분석, 그리고 대사와 무대에 대한 풍부한 감각은 이미 그녀를 ‘연출적인 배우’로 돋보이게 했다. 윤석화가 이번 작품을 통해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안중근이 아니라 이를 통해 바라보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안중근과 안준생 역에는 배우 송일국이 낙점됐다. 송일국이 처음 연극 무대에서 그려내는 인물이 안중근이라는 사실은 의미가 크다. 항일 무장독립투쟁을 한 김좌진 장군을 외증조부로, 일제시대 협객으로 이름을 날렸던 장군의 아들 김두한을 외조부로 둔 송일국에게 안중근은 그 자체로 특별한 인물일 수밖에 없다. 자신의 뿌리에 대한 열정도 남다른 그이기에 치열한 연기정신은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남자다운 기개로 표현됐다.
연극 나는 너다는 22일까지 국립극장 KB하늘극장에서 계속된다.
gusskrla@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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