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재홍 기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박 전 대표를 직접 거론하며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과 사고의 유연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한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박 전 대표가 다음 대선 후보가 돼야 한다는 보장이 돼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라고 또 한 번 직격탄을 날렸다.
한나라당 내 친이(친이명박) 세력이 주류가 되면서 박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의 입지도 예전만 못해졌다고 하지만 김 원내대표의 연이은 박 전 대표 공격성 발언은 상황이 다르다는 평가다.
‘친박계의 좌장’으로 불리며 친박의 핵심 인물로 꼽혔던 그가 박 전 대표를 비판하는 것은 그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즉, 앞서 친이계의 보복성 공천 탈락에 친박계 인사들이 대거 친이쪽으로 돌아섰던 경우는 어쩔 수 없는 외적인 요소가 작용했지만 한 때 박 전 대표와 함께 친박을 이끌었던 김 원내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박 전 대표의 ‘원칙과 소신의 정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을 낳는다.
이와 함께 친박으로 분류됐던 진영 의원은 1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도 이젠 친박이라는 울타리에서 자유로워지려고 한다”며 “이젠 언론에서 의원들 계파 성향을 분류할 때 나를 ‘중립’으로 해 달라”고 선언해 흔들리고 있는 친박계의 현재 위상을 대변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8·8 개각에서 김태호 총리 후보자를 내세우고 친이계의 실세 이재오 의원을 특임장관으로 내정하며 박 전 대표를 직접적으로 압박하고 나선 것 역시 박 전 대표에게는 부담이다.
친박 측과 동교동계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하긴 했지만 박 전 대표의 ‘입’으로 알려진 이정현 의원과 동교동계의 접촉설이 나오며 박 전 대표의 ‘탈당설’까지 흘러나오는 것도 이 같은 친박계의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분위기가 친박 측에 어려운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박 전 대표는 이에 대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전 친박연대) 대표의 8·15 특별 사면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지만 현 상황을 크게 변화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물론 ‘원칙과 소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박 전 대표의 입장에서 차기 대선인 2012년까지 1년이 넘게 남은 상황에 섣불리 행동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를 향한 외부 압박이 어느 때 보다 큰 만큼 그의 행보가 어떻게 이어질 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maeno@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