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긍정적 평가 속 “사전 협의 부재” 불만
민주 “北 자극 우려.. 국민적 공감대 형성 필요”
(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제65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제안한 ‘통일세’ 신설 문제가 여야 정치권의 쟁점 현안으로 대두될 전망이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당과의 사전 협의 없이 통일세 문제가 제기된데 대해 내심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통일 대비 전략의 일환으로 통일세 등 재원 마련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됐다”며 야당의 참여를 촉구했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당은 “남북관계가 단절된 현 상황에서의 통일세 논의는 뜬금없다”며 그 배경에 거듭 의구심을 나타냈다.
◇與, "정부 안 나오면 야당과 협의".. 일부선 '신중론' 제기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6일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언젠가 이뤄질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통일세를 검토할 때가 됐다”며 대통령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정부 안이 나오면 야당과 협의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흥길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이 제시한 문제인 만큼 정책위 차원에서 태스크포스(TF) 구성 등을 통해 뒷받침 작업을 하겠다”면서도 “당과의 협의 없이 (통일세 제안이) 경축사 현장에서 불쑥 나와 의아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홍준표 최고위원도 “남북협력기금이 많이 있는 만큼 통일세 문제는 (이 대통령이 제시한) ‘남북공동체’ 구성 이후에 본격적으로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전했으며, 서병수 최고위원 또한 “통일세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 사회적 부담 때문에 자칫하면 국민적 합의를 얻기 어려울 수 있고, 북한이란 상대가 있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이 같은 반응은 ‘통일 대비 전략이 필요하다’는 이 대통령의 화두 자체엔 공감하나, 당·청간에 충분한 협의도 없이 마치 당장 통일세를 도입할 것처럼 발표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당내 경제통인 나성린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 “대통령의 제안은 그간 전문가들의 담론 수준에 머물러 있던 통일 대비 전략을 공론화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통일이 되면 막대한 돈이 들기 때문에 (통일세의) 필요성이나 크기, 재원 마련 방법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野 "흡수통일론 오해 소지.. 남북경색 면피용 아닌가"
이런 가운데, 민주당 등 야당은 “이 대통령의 통일세 신설 제안은 북한에 대한 ‘흡수통일’론으로 인식돼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면서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인 박지원 원내대표는 비대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과거 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이 제시한 실패한 정책을 또 들고 나왔다.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선 먼저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화해와 평화협력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아울러 그는 통일세 도입을 위해선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상기시킨 뒤 “통일 후에 엄청난 통일 비용을 지불하는 게 아니라 통일 전 남북 간 화해협력을 통해 (북한 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정부 당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도 “‘천안함 사태’ 이후 남북관계가 완전히 봉쇄된 상황에서 통일세 문제가 뜬금없이 나왔다”며 “지금처럼 남북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그런 얘기를 한 건 이 상황 자체를 면피하기 위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만일 통일세 신설을 통해 다른 세목까지 늘려 세수를 확대하겠단 생각이라면 국내 정치 문제에 남북관계를 이용하려는 아주 좋지 않은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로 ‘평화→경제→민족공동체’로 이어지는 3단계 통일방안을 제시하며 “통일을 대비해 이제 통일세 등 현실적인 방안을 준비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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